지방청, 각 우체국 별 전일 재고 파악 후 배부 수량 조절
우체국 주 업무는 우편·예금·보험… 마스크 판매로 과부하 호소하기도
시장에 맡기자니 사재기 우려… 문제점 발생 어쩔 수 없어, 불편 감수해야

/뉴시스
우체국에서 공적 공급 마스크를 1인당 주 2매, 5부제를 시행해 판매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한때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정부가 공적 공급 마스크를 약국·우체국·농협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나섰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당 1인 2매 한정 5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5부제를 시행한 후 지방 소재 일부 우체국에서는 마스크 재고가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급 체계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우정사업본부와 대구·경산 지역의 일부 우체국을 통해 확인한 결과 다수의 우체국에서는 5부제 시행 후 공적 공급 마스크 수량은 모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우정사업본부 각 지방청의 관서별 마스크 일 배부기준은 100매다. 다만, 실제 판매수량은 전일 재고여부를 파악 후 배부 수량을 조절하고 있어 매일 달라질 수 있다.

공적 공급 마스크 재고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을 이용해 파악이 가능하다. 우정사업본부 각 지방청은 매일 업무 종료 후 재고를 확인한 뒤 다음날 공급 수량을 차등 배분하는 것이다.

경북지방우정청과 부산지방우정청 등 지방우정청에 따르면 읍·면 단위에 위치한 우체국에서는 마스크가 대부분 남는 실정이다. 읍·면은 거주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는 게 지방우정청의 설명이다.

경북청은 대구·경북지역 우체국을 관할하고 있으며, 총 307개 우체국에 약 3만1,000여매를 매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대구 지역의 △동구 불로봉무동 △북구 북대구 △북구 태전동·동천동·종합유통단지 △달서구 달서 △수성구 신매동·중동·상동·황금동 등 일부 우체국에서는 완판이 이뤄지고 있으나, 대부분 우체국에서는 재고가 남는다고 경북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 경북 경산 지역 우체국으로 확인한 결과 △경산하양 150매 이상 △경산진량 50매 전후 △경산와촌 80매 전후 정도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날 오전 대구지역 일부 우체국은 지국별로 △대구 85매 △수성 110매 △평리3동 110매 △두류동 130매 △반월당 100매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구 지역의 한 우체국 관계자는 “인근에 약국이 인접한 우체국의 경우에는 재고가 남을 수 있으며, 유동인구와 요일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는 나는데 최근 5부제를 실시한 후 재고는 항상 여유가 있는 편이다”고 말했다.

경인지역의 일부 우체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24일 오후 5시 기준, 남양주 마석우체국의 마스크 재고는 190매 △포천 송우우체국 88매 △포천 영북 180매 △화성 사강 86매 △화성 비봉 14매 △평택 고덕 26매 △용인 백암우체국 14매 등 재고 수량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마스크 판매 우체국 중 적게 판매되는 곳은 하루 10매 미만, 많이 판매되는 국에서는 하루 공급 수량 200∼250매가 모두 판매되는 등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일부 소비자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산 지역에 거주하는 A씨(60)는 “지난주와 이번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일부러 우체국을 방문했는데 재고가 쌓여있었다”며 “재고 관리를 정부에서 하고 있을 것인데, 판매처를 조금 다변화해 소비자들이 번거롭게 우체국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남양주에 거주하는 B씨(30)도 “마스크 하나 사려면 점심시간에 우체국이나 약국, 농협을 찾아가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며 “최근에 우체국이나 약국 일부에서는 재고가 남는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었는데, 재고가 남으면 편의점으로도 공적마스크를 공급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체국 관계자도 마스크 유통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한 우체국 관계자는 “우체국은 등기·우편 접수 및 우체국예금·보험 업무가 주 업무이지 마스크 판매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약국이 없는 지역에 한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우체국이나 농협을 통해 판매를 해야겠지만, 시내 지역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정상적인 유통망이 있는데 왜 우체국을 통해 마스크를 판매하는지 모르겠다”며 “마스크 때문에 업무량만 늘어난 꼴이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유통구조를 통해 공급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천의 한 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보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 수요가 갑자기 급증했고 품귀현상을 해소하고자 정부에서 급하게 이러한 (공적 공급) 유통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은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과거 이러한 공적 공급 사례가 거의 없었으며 데이터도 없는 상태다 보니 여러 문제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공적 공급 없이 편의점이나 마트 등을 통해 마스크를 유통하자니 사재기가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정부에서 관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또 5부제가 시행된 후부터 마스크 재고 관리가 되고 있어 당분간 구매수량 제한이나 5부제, 접근성이 불편한 점 등은 소비자들이 조금 감수해야할 듯하다.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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