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주행 센서 오작동 문제를 놓고 소비자와 진실공방에 휘말렸다. / 뉴시스
BMW가 주행 센서 오작동 문제를 놓고 소비자와 진실공방에 휘말렸다. /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BMW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엔 주행 센서 오작동 문제를 놓고 소비자와 진실공방에 휘말렸다. BMW는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소비자가 찾아낸 결과는 달랐다. 차량 센서를 조절하는 장치 내부에서 그을린 자국을 찾아낸 것. BMW는 그러나,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화차(火車 불타는 차량)’라는 오명을 얻은 이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BMW 입장에선 또 다시 불거진 품질 문제로 곤혹스런 표정이다. 특히 취임 1년을 맞이한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로선 어깨가 적잖이 무겁게 됐다.  

◇ “‘주행 센서 오작동’ 피해” vs “결함 아니다”

지난 23일 SBS는 BMW 차량의 이상 현상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A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소유한 BMW 차량이 특정상황에서 경고음이 울리며 갑자기 멈춰서는 현상을 여러차례 겪었다. 이 같은 상황이 녹화된 해당 차량의 블랙박스가 공개되기도 했는데, 녹화본에는 주차 또는 세차를 위해 후진을 하는 상황에서 경고음이 울리며 차량이 급정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A씨는 고속도로 주행 중 갑자기 경고음이 울리더니 안전벨트가 강하게 당겨져 부상까지 입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방송을 통해 “브레이크를 잡고 안전벨트가 쫙 당겨지면서 명치를 때리는 느낌? 주먹으로 때리는 느낌, 그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A씨는 허리통증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2주간 출근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도에 따르면 주행 센서 오작동으로 피해를 입은 A씨는 직접 원인 파악에 나섰고, 결국 차량 센서를 조절하는 장치 내부에서 그을린 자국을 찾아냈다. 사진은 SBS 방송화면 갈무리
보도에 따르면 주행 센서 오작동으로 피해를 입은 A씨는 직접 원인 파악에 나섰고, 결국 차량 센서를 조절하는 장치 내부에서 그을린 자국을 찾아냈다. 사진은 SBS 방송화면 갈무리

A씨는 이 같은 현상이 추돌사고를 막기 위한 ‘주행 제동 센서’ 오작동 때문인 것으로 봤다. BMW 측은 그러나 “결함이 아니”라고 일축하며 “(이런 사안으로) 돈(보상)이 나간 적도 없고, 그런 것(보상)을 원한다면 소송을 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토로했다.

참다못한 A씨는 직접 원인 파악에 나섰고, 결국 차량 센서를 조절하는 장치 내부에서 그을린 자국을 찾아냈다. 이에 대해 국내 자동차 명장 1호로 불리는 박병일 씨는 방송을 통해 “탄 흔적이 있다고 하는 건 쇼트(합선)된 거 맞다. 합선됐다, 이렇게 보기 때문에. 부품이나 센서나 배선 쪽에 (문제가) 분명히 있는 건 확실하다. 100%다. 그 증거가 탄 자국”이라고 지적했다. 박병일 명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도 “결함이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BMW 측은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결함이 아니며, 오히려 A씨가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조사에 비협조적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BMW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고객(A씨)은 처음부터 고액의 보상금을 요구했다”면서 “고객 동의 하에 차량이 입고돼야 면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 고객이 무리한 규모의 보상금만 요구하며 차량 입고는 물론 무상수리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센서 오작동에 대한 원인규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윤(사진) BMW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다음달 취임 1년을 맞는 가운데, 또 다시 불거진 품질 논란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 BMW코리아
한상윤(사진) BMW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다음달 취임 1년을 맞는 가운데, 또 다시 불거진 품질 논란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어 “사실 센서라는 게 여러 조건에 따라 일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품으로, 이는 사용설명서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면서 “때문에 이를 ‘부품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 고객이 주장하는 것(합선 흔적) 역시 (본사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다. 정확한 건 조사를 통해 추가확인을 해봐야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고객이 차량 입고를 거부하고 있어 원인규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BMW 측은 그러면서 “외부에서 보기엔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겠지만, 내부적으론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사 측은 비슷한 현상으로 AS센터를 방문하는 고객이 있다면 부품 점검이나 교체 등을 통해 예방적 조치를 취할 계획”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주행 센서 오작동’ 논란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예상치 못한 급제동은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다. 실제 BMW 동호인 커뮤니티에는 “저속에 급제동 걸려도 몸이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거나 급제동할 상황이 아닌데도 차량이 갑자기 멈춰 당황했다는 경험담들이 다수 게재된 것으로 확인된다. 

무엇보다 최근 2년새 결함에 따른 대량 리콜과 차량 화재 사건 등 ‘BMW 사태’를 겪었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인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BMW코리아 입장에서 이번 논란이 적잖이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4월 취임한 한상윤 대표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한 대표는 지난 1년간 국내에서 추락한 소비자 신뢰 회복에 집중해왔다. 다음달이면 BMW코리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지 꼭 1년을 맞는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내건 ‘소비자 신뢰 회복’은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이번 ‘주행 센서 오작동’ 논란의 진실공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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