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6 15:01
해외에서는 경차, 국내에 들어오면 소형차?
해외에서는 경차, 국내에 들어오면 소형차?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0.03.25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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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다드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경차 규격… “기준 확대해야”
외제차 업계 “한국만의 차별 정책, FTA 기본 호혜평등 원칙 위배”
국토부 “FTA는 세제혜택, 경차 기준과는 별개의 사안”
피아트500 차량. 차량 폭이 1,640mm로 국내 경차 규격에서 단 40mm 초과로 경차 혜택에서 제외됐다. / 피아트 홈페이지 갈무리
피아트500 차량. 차량 폭이 1,640mm로 국내 경차 규격에서 단 40mm 초과로 경차 혜택에서 제외됐다. / 피아트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때 높은 가성비와 세컨드카로 인기를 끌었던 경형차량(경차)의 입지가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

경차 판매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점은 △가격 소폭 인상 △정부가 지원하던 등·취득세 세제 혜택 축소(전액 감면→최대 50만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경쟁에서 밀리는 등 외부 요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보다 국내 경차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이 경차 시장을 옥죄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내 경차 기준은 △배기량 1,000cc 미만 △전장 3,600mm △전폭 1,600mm △전고 2,000mm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지난 2003년말 △배기량 800cc 미만 △전장 3,500mm △전폭 1,500mm △전고 2,000mm 이하에서 현재 기준으로 바뀌었으며, 실제 경차 기준으로 적용된 시기는 2008년이다.

국내 경차 기준이 현재 기준으로 제정된 때를 기준으로 할 시 16년 이상 지난 셈이다. 당시 기준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해외 자동차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 경차를 들여오고 싶어도 들여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지난 2003년 개정 후 2008년부터 적용된 국내 차량 기준. / 법제처

현재 해외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차량들 중 대표적인 경차로는 △스마트 포투 △피아트 500 △폭스바겐 업 △시트로엥 C1 △르노 트윙고 △토요타 아이고 등이 있다.

해당 차량들은 자국 및 유럽에서는 경차에 속하는 A세그먼트 차량으로, 국산 브랜드 △기아자동차 모닝·레이 △한국GM 스파크 등과 같은 체급이다. 그러나 한국시장에 들어오면 그보다 한 단계 위인 B세그먼트 소형차가 돼 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피아트는 자사 피아트 500 모델 중 900cc 체급이 존재함에도 어쩔 수 없이 1,400cc 모델을 들여와 판매했다.

국내에서 경차에 제공되는 혜택은 △개별소비세 환급 △등·취득세 50만원 감면 △공영주차장·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 △유류비 환급 확대(10만원→20만원) 등이 있다. 

그러나 해당 차량들은 모두 국내 경차 규격에서 전폭만 단 15∼63mm 초과한다는 이유로 경차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 자동차 제조사는 아예 한국시장 출시 자체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 수입자동차 브랜드 관계자는 “자사 차량 중에도 경차는 존재하며, 본국과 유럽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한국시장에는 출시하기가 꺼려진다”며 “경차이면서도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국산 브랜드 경차와 경쟁 자체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한국의 경차 규정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발효 이전부터 규정돼 온 것”이라며 “이는 수입자유화에 역행하면서 타국 경차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어 FTA 기본인 상호가 호혜적이며 평등한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입자동차 브랜드 측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경차 규격 중 전폭 부분을 현행 1,600mm 이하에서 1,700mm 이하로 100mm를 상향 조정하면 된다. 그러나 자동차관리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측은 경차 기준을 현행 기준에서 굳이 완화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FTA는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 혜택을 주는 것일 뿐이지 국내 규범에 대해서까지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아니다”며 “FTA와 국내 경차 규격은 별개의 사안인데 이를 엮어서 보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차 기준 확대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안이 있다면 검토는 해볼 수 있겠지만 당장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