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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혜준, 우려를 ‘확신’으로 바꾸다
2020. 03. 2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김혜준이 연기력 논란을 완전히 지우는 활약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김혜준이 연기력 논란을 완전히 지우는 활약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내 작품을 내가 책임져야 하고 관객들을 설득해야 하고, 배우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창피했다. 역량 부족이라고 생각했고, 힘들고, 우울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를 믿고 선택해 준 이들을 더 이상 실망시킬 수 없었고,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걱정은 설렘으로 바뀌었고, 책임감은 원동력이 됐다. 배우 김혜준은 그렇게 한걸음 또 성장했다. (*이 기사에는 ‘킹덤’ 시즌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김혜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연출 김성훈 박인제, 극본 김은희)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냈다. 지난 시즌에서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으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그는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와 아쉬움을 완전히 씻어버렸다.

지난 13일 공개된 ‘킹덤’ 시즌2는 역병으로 뒤덮인 조선, 피의 근원을 찾아 다시 궁으로 돌아간 왕세자 창(주지훈 분)이 궁 안에 번진 또 다른 음모와 비밀을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혜준은 시즌1에 이어 중전 역을 맡았다. 해원 조씨 가문의 조학주(류승룡 분)의 딸이자, 권력을 탐하는 인물이다. 시즌1에서 아버지 조학주의 꼭두각시에 머물렀던 중전은 이번 시즌에서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창과 대립한다. 권력을 향한 집착은 광기로 바뀌고, 아버지 조학주까지 살해하며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다.

김혜준은 한층 안정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극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몇몇 장면에서는 표정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화면을 가득 채운 그의 섬뜩한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2015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데뷔한 김혜준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지난해 ‘킹덤’을 시작으로 영화 ‘미성년’과 ‘변신’에 연이어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배우 김윤석의 감독 입봉작 ‘미성년’을 통해 제40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영화 ‘싱크홀’ 촬영을 끝낸 그는 ‘킹덤’ 시즌2 공개에 이어 MBC 새 월화드라마 ‘십시일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킹덤’ 시즌2에서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낸 김혜준. /넷플릭스
‘킹덤’ 시즌2에서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낸 김혜준. /넷플릭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김혜준은 연기력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경과 앞으로의 각오 등을 전했다. 특히 기자의 질문 하나하나 메모하며 신중한 답변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시즌1 연기력 논란을 완전히 지운 활약을 펼쳤다. 기분이 어떤가.
“시즌1 때 좋지 못한 평가도 많이 받았는데 시즌2에서 ‘잘했다, 캐릭터가 굉장히 좋다’라고 칭찬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당연히 제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마냥 좋다기보다 안도감이 크다.”

-이번 시즌에서 본격적으로 중전의 야망이 드러나는데, 시즌1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담아내야 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중전은 아버지 조학주보다 훨씬 큰 야망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를 누르고 올라가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는 아이라는 점을 시즌1부터 갖고 같다. 그러나 시즌1에서 중전은 늘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던 꼭두각시였다. 아니 꼭두각시인 척했던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캐릭터를 잡았다. 기승전결로 따지면 시즌1이 기승, 시즌2가 전결이었다. 기본 캐릭터의 내면은 유지하고 가려고 했다.

다른 작품도 그렇고 내 연기를 봤을 때 부족한 부분이나 아쉬운 점이 보이잖나. 그런 부분들을 더 개선해서 표현하려고 연구를 많이 했다. 시즌1보다 2에서 중전의 행동들이 과감해지고 선택들도 대범해지고 강단 있어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톤이나 분위기를 더 단단하게 잡으려고 연습했고 고민했다.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감독, 선배들에게 도움을 많이 구했다. 연기에 대한 조언도 얻고 대본 리딩도 같이 해달라고 부탁해서 대사도 많이 뱉어봤다. 또 시즌1보다 날카롭고 매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체중 감량도 열심히 하면서 준비했다.”

-중전이 한국 여성이 느끼는 한을 담았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물론 중전의 생각들과 선택, 행동은 굉장히 잘못된 거라 생각한다. 다만 누구든 부모 혹은 누군가에 의해 억압된 것이 있지 않나. 중전은 다른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기대서 다 표출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통쾌함이나 대리만족,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끼셨나 보더라. 그래서 중전을 예뻐해 주시더라. 사실 나는 장녀도 아니고,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아서 한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지만, 공감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게 속상하고 앞으로 더 개선돼야 할 점이라는 걸 생각하게 됐다.”

‘킹덤’ 시즌2에서 중전을 연기한 김혜준 스틸컷. /넷플릭스
‘킹덤’ 시즌2에서 중전을 연기한 김혜준 스틸컷. /넷플릭스

-중전의 권력을 향한 집착과 악행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거라고 생각했나.
“아버지 조학주나 오빠 범일이 중전에게 했던 대사들이 한순간에만 나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가문에서 여자로 태어났을 때부터 매일 눈치를 보고 억압과 수모를 당했을 거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왕좌에 대한 집착을 만들고 그게 광기로 돌변하게 된 거다. 아버지를 독살한 것도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계획 하에 죽인 거다. 아버지와 대면해서 ‘여자라는 이유로 절 무시하셨죠’라고 하는데, 욱해서 나온 말이 아닌 늘 곱씹으면서 생각해왔던 말이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클로즈업 장면이 유독 많았는데, 섬뜩한 미소가 인상 깊더라. 감독에게 특별히 디렉션 받은 부분이 있나.
“사실 웃으라는 디렉션은 없었는데, 중전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표정이고,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중전은 속으로는 불처럼 끓는데 겉으로는 표현을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항상 위에 있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속이 타들어가도 여유가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어떨 때는 가소롭고 모든 것들이 하찮았을 거다. 그래서 비웃음, 조소 등을 많이 선택했다.”

-중전을 연기하면서 악역의 매력을 느낀 점이 있나. 
“사실 중전이 이렇게 악역일 줄 몰랐다. 하하. 얄미운 아이 정도라고 생각을 하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많은 악행을 저지를지 몰랐고,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평생 내가 뱉어보지 못할 말들과 표정, 태도를 해보니 재밌더라. 살면서 언제 이런 걸 해보겠나 생각하며 재밌게 찍었다. 또 악역을 떠나서 중전이라는 지휘도 재밌었다. 화려하고 예쁘고 사치스러운 한복을 입고, 중궁전에 앉아보기도 하고 그런 재미도 소소하게 있었다.”

김혜준이 김은희 작가와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김혜준이 김은희 작가와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좀비 연기에도 도전했다. 분장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영화 ‘변신’에서도 분장을 많이 했기 때문에, 분장에 대한 힘듦이나 거부감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재밌었다. 좀비 연기를 하는 것도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함께 하는 좀비 선배들이 많이 계셔서 그분들에게 영감도 얻고 교육도 받으면서 함께 열심히 찍었다. 좀비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하고 있고, 대단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수중촬영도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그 장면 촬영을 위해 잠수 훈련을 받았다. 5미터까지 가라앉는 연습도 많이 했고, 인재라고 칭찬도 받았다.(웃음) 연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수조 세트에서는 수월하게 할 수 있을지 알았는데 아니더라. 현장에서 긴장했는지 고생을 많이 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재밌게 잘 찍을 수 있었다.”

-조학주 역의 류승룡과 호흡을 많이 맞췄는데, 어땠나. 
“주로 아버지라고 하는데, 늘 에너지를 주신다. 늘 조언해 주고 예뻐해 주신다. 내가 주눅 들어있는 것 같으면 잘하고 있다고 최고라고 해주시고, 따로 장소를 잡아서 연습도 같이 해주셨다. 어딜 가든 ‘내 딸로 나오는 혜준이라는 친구가 있는데’라고 칭찬도 해주신다. 현장에서도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가르쳐준 다기 보다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 이끌어주시더라. 도움도 많이 받았고 에너지도 항상 받고 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제작발표회에서 ‘킹덤’ 시즌2를 두고 ‘김은희 만세’라고 소개했다. 김은희 작가와의 작업은 어땠나.
“‘김은희 만세’는 작가님이 힌트를 주셨다. 하하. 그랬더니 바로 이어서 ‘배우들 만세’라고 하시더라. 평소에도 소녀 같으시고 배우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신다. 언니처럼 챙겨주고 가르쳐주셨다. 작품을 하면서 작가님들과 대화를 많이 해보진 못했다. 그런데 ‘킹덤’을 통해 굉장히 존경하고 좋아하던 김은희 작가님을 만나서 너무 좋았고, 중전이라는 캐릭터와 나라는 배우를 애정하고 좋아해주셔서 대화도 많이 하고 응원도 많이 받았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김혜준이 연기력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넷플릭스 ​
김혜준이 연기력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넷플릭스 ​

-시즌1 이후 아쉬운 평가가 많아서 속상했을 것 같다. 그때 심경이 궁금하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속상했다기보다 내 역량의 부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극이라는 장르도 처음이었고, 배우로서 너무 창피했다. 많이 힘들고 우울했다. 그때 ‘변신’이라는 작품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다가는 이 현장에도 피해를 줄 수 있겠구나, 다음 연기에도 영향이 가겠다는 판단이 다행히 빨리 들었다. 그리고 당시 김은희 작가님과 김성훈 감독님, 선배들이 다 자신감을 실어주셨다. ‘잘 하고 있고 함께 즐겁게 한 만큼 시즌2에서 잘하면 된다’고 북돋아 주셔서 주눅 들지 않고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시즌2에서 더 발전하고 성장하고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뀌더라. 그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작품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고 즐거웠다면, 이제는 내 작품을 내가 책임져야 하고 관객들을 설득해야 하고, 배우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런 단계가 다음 작품들에 조금이라도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시즌에서는 칭찬 일색이다. 대중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SNS 댓글로 ‘솔직히 시즌1 때 욕 많이 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댓글을 보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발전했구나 생각이 들더라. 또 중전 캐릭터를 사랑해 주는 분들도 많았다. ‘중전이 다 가져라, 중전이 왕 했으면 좋겠다, 죽지 말고 살아나라’ 그런 반응들도 재밌었고, 기분이 좋았다.” 

-어느덧 데뷔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데, 돌아보면 어떤가. 또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작품들이나 필모그래피를 보면 힘이 난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굉장히 좋은 밑거름이 됐구나 생각하면서 그럼 지금의 나도 천천히 묵묵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해낸다면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굉장히 행복하고 좋은 시간이 되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나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서 계속 성장해 나가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기대가 되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킹덤’과 3년을 함께 했다.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았나.
“매 작품 찍을 때는 힘들고 긴 시간 같아도 끝날 때는 항상 아쉽잖나. 6개월도 짧은데, ‘킹덤’은 3년을 함께 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한만큼 더 아쉽다. 아쉬움이 크고 보내기 싫고 계속 이 사람들을 보고 싶고 이 안에 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작품과 캐릭터도 그렇지만, 감독님, 작가님, 선배님들 스태프 다 너무 좋아서 잊을 못할 것 같다. 얻은 것도 많고, 배워가는 것도 많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