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에 경영권이 넘어가 있는 '콩순이'또봇' 등 인기 캐릭터를 보유한 토종 완구업체 영실업의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 영실업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에 경영권이 넘어가 있는 '콩순이'또봇' 등 인기 캐릭터를 보유한 토종 완구업체 영실업의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 영실업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콩순이’ ‘또봇’ 등 히트 캐릭터 상품을 배출한 영실업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매수자로 나선 교육업체 미래엔이 주식매매계약(SPA)을 목전에 두고 정중동 모드에 들어가게 되면서 막판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 매각 난항 빠진 영실업… 미래엔 포기? ‘설 난무’

영실업의 국내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팔린 지 8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영실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엔 컨소시엄이 인수합병(M&A) 작업에 속도를 늦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생산공장 등 기업 실사에 차질이 발생함에 따라 SPA 체결을 늦추기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지체되더라도 최종 협상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단정하기엔 이르다. 일각에선 가격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미 미래엔이 인수를 포기했다는 의사를 비쳤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영실업의 국내 복귀가 매끄럽게 전개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지난 연말 체결 가능성이 높았던 SPA는 해를 넘겼고, 1분기가 지나도록 성사되지 않았다.

국산 완구 대표주자격인 영실업은 1997년 IMF 사태로 모기업이던 계몽사와 함께 부침을 겪었다. 이후 완구인형 콩순이(1999년), 로봇 캐릭터 또봇(2009년)이 크게 성공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재창업 해인 2008년 143억원이던 매출은 4년 만에 542억원까지 불어났다. 시크릿쥬쥬까지 확실한 콘텐츠를 확보하게 되면서 영실업은 외국 자본의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2012년 홍콩계 PEF인 헤드랜드캐피털에 팔렸다. 3년 뒤 또 다른 홍콩계 PEF인 PAG에 경영권이 넘어가며 8년째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영실업의 국내 복귀가 지연되면서 국부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PAG는 2016년부터 배당을 실시해 오고 있다. 감사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지난해를 제외한 지난 3년(2016년~2018년) 동안 553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2017년에는 배당성향이 103%에 달했다. 그해 영실업이 벌어들인 순이익(209억)을 초과한 금액이 투기자본 성격의 PEF 운영사에 흘러간 셈이다.

현재 영실업의 몸값은 2015년 PAG의 인수가격(2,200억)에 다소 모자란 2,000억원 언저리로 알려진다. 한때 5,00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매각이 지연되면서 가격이 크게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2,00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PAG는 남은 기간 이익 극대화를 위해 보다 강력한 배당을 실시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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