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비례정당 때문?… 일각에서는 “과도한 해석”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6일 4·15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청와대는 총선 정국과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선거와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다른 업무 말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및 경제적 어려움 극복에만 전념하라”고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오늘부터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어제 선거 때까지 고위 당정청회의를 중단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의미”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날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공정 선거를 의심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선거 중립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자신이 비례정당(미래한국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언급하며 “선거를 관장하는 국무총리, 행정부 장관,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지방선거 때 울산에서 벌어진 부정선거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 총선이 울산 선거의 재탕이 된다면 국민들께서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확고한 선거 중립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야당 공세의 빌미가 되는 불필요한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지지 않도록 정무수석실에 특별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무수석실이 해온 일상적인 정당 간 소통 업무를 하지 말고 민생업무만 챙기라는 뜻”이라며 “정무수석실은 사실 그래왔지만, 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는 코로나19 대응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기도 하다”며 “청와대는 더욱 확실하게 선거와 거리두기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선거와 거리를 두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지만,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공무원이기도 하다. 공직선거법 9조1항에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청와대는 선거 중립 의무가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해당 지시를 내린 배경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21대 총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여서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뿌리를 둔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고 일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모인 열린민주당이 동시에 출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열린민주당의 경우 ‘친문(재인)’ 표심을 얻고자 문 대통령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문 대통령의 이름이 오르내려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정 전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을 소개하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문 대통령의 입’으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문 대통령의 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 있던 참모들이 열린민주당으로 간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시민당이나 열린민주당에 대한 모든 질문에는 입장이 없다는 것이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전 청와대 대변인과 최 전 비서관의 출마에 대해 “개인적 선택”이라고 일관된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로 청와대가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에 대해 “문 대통령의 화법이나 행동에 특별한 정치적 계산이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며 “새삼스러울 것 없는 지시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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