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7 06:28
인공지능·코로나… 유행 따라가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
인공지능·코로나… 유행 따라가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
  • 권신구 기자
  • 승인 2020.03.2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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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비롯한 비례후보들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자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시민당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비롯한 비례후보들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자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각 당마다 의료인 비례대표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매번 유행을 따라 비례 후보 공천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중장기 정책을 견인할 전문가를 외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각 당이 27일까지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에는 의료계 출신들이 대거 포진됐다. 더불어시민당은 신현영 명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결정했다. 이어 ‘간호사 출신’ 이수진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명숙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 이상이 제주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한국당 또한 약사출신 서정숙 후보와 함께 김철수 전 대한병원협회 회장, 김경애 대한간호협회 자문위원 등이 비례명단에 포함됐다.

국민의당과 민생당도 의료인을 비례후보 1번에 내세웠다. 국민의당은 최연숙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부원장을, 민생당은 영입인사인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의대 교수를 각각 1번으로 선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섰던 사공정규 동국대 정신의학과 교수 또한 국민의당 비례후보 명단에 이름을 실었다.

이번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의료계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정의당을 통틀어 의료계 출신 후보는 8명뿐이었다. 그마저도 후순위에 밀리면서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정당들이 앞 다퉈 의료인 후보를 내세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래한국당 윤주경 후보 및 비례대표 후보들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 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공천장수여식에 참석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한국당 윤주경 후보 및 비례대표 후보들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 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공천장수여식에 참석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유행을 따라가는 공천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각 정당의 비례 후보 공천 전략은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었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인공지능 열풍이 불면서다.

각 당은 ‘4차 산업혁명’ 전문가를 비례후보로 내세웠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비례 후보 1번으로 송희경 당시 KT전무를 내세웠다.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산업 전문가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에선 박경미 당시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낙점됐다. 박 교수를 공천한 이유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시대가 옛날과 다르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인공지능 쪽으로 간다”며 “컴퓨터나 수학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사정해서 모셔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역시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1번에,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를 2번에 올리며 ‘과학기술 발전’을 강조했다. 여야가 일제히 4차 산업혁명에 초점을 맞춘 공천을 하자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알파고 공천’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이슈 몰이용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슈에만 몰입하다 보니 후보의 정무적 능력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 전문가 등을 소홀히 대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러한 공천은) 결과적으로 유행을 타는 것인데, 이런 후보들의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얼마나 입법 활동을 잘 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라며 “이번의 경우도 시의성이란 측면을 제외하고는 크게 기대할 만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복지, 경제, 통일 등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들은 시의성을 떠나서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이런 것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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