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7 06:44
비례대표, 구정치인 ‘자리 보존용’으로 전락
비례대표, 구정치인 ‘자리 보존용’으로 전락
  • 김희원 기자
  • 승인 2020.03.2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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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23일 오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3000t급 경비함정에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와 부산해경 직원들이 총선 선상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23일 오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3000t급 경비함정에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와 부산해경 직원들이 총선 선상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여야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두고 ‘막장 공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가운데 여야는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온갖 꼼수를 동원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준연동형 비례제는 무용지물이 됐고, 급조한 위성정당에 투입될 비례대표 후보 심사는 졸속으로 이뤄졌다. 또 당내 권력투쟁으로 비례대표 명단은 몇 차례 뒤집혔다.
 
여기다 여야가 내놓은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다수 이름을 올려 비례대표가 구정치인들의 자리 보존용으로 전락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수자‧직능대표자‧정치신인 등의 국회 진출을 돕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 취지가 훼손되고 특정 정치 세력의 ‘나눠먹기’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극렬 지지 세력인 ‘태극기 부대’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공화당이 지난 26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는 ‘친박 맏형’으로 불리는 8선의 서청원 의원이 2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홀수 순번은 여성을 추천하게 돼 있어 서 의원은 남성 후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위 순번을 받은 것이다.
 
민생당도 공천관리위원회가 4선 의원 출신인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2번에 배치하면서 논란이 됐다. 한때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던 손 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 신청 접수 마감이 끝난 이후인 지난 25일 공관위의 요청에 따라 공천을 신청했다.
 
손 위원장은 단식 농성까지 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었고, 바른미래당 대표 퇴임 기자회견에서는 “미래 세대가 정치의 주역이 되어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되자 민생당 공관위는 27일 손 위원장을 2번에서 14번으로 변경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의결했다.
 
지난 26일 민생당 공관위가 확정한 비례대표 명단에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최도자 수석대변인(9번), 박주현 전 공동대표(11번), 장정숙 원내대표(12번)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옛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당선권 순번을 받지 못하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신당’ 비례대표 후보군에는 당 대표인 4선의 홍문종 의원이 2번에 배치됐다. 경기 의정부시을 현역 의원인 홍 의원은 지역구 출마를 접고 비례대표 출마를 선택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6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탈당해 우리공화당에 합류했으나 조원진 대표와 갈등을 겪은 끝에 지난달 25일 친박신당을 창당했다.
 
안철수 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민의당에서는 이태규 전 의원과 권은희 의원이 각각 2번과 3번에 배치됐다. 이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옛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권 의원은 광주 광산구을 재선 의원이다. 안 대표의 최측근인 두 사람이 비례대표 앞 순위에 배정되자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권은희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역의원‧비례연임‧대표비서실장이 기득권이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충분히 공감하며, 합리적인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비례 순위는 변경되지 않았다.
 
민주당 출신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이끌고 있는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 1번으로 김진애 전 의원을 내세웠다. 김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17번을 받았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고 이후 비례대표를 승계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열린민주당 비례후보의 차별점. 첫째 모범적 열린공천으로 뽑힌 후보들, 둘째 내공과 전투력과 개혁 의지가 입증된 후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7일 <시사위크> 통화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합당 꼼수와 민주당의 반칙으로 괴물이 돼버렸는데 그마저도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제에 맞는 인물들을 발탁하기는커녕 각 정파의 나눠먹기 싸움의 산물로 만들어버렸다”며 “이번 비례대표 공천은 민주화 이후 최악의 비례대표 공천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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