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2 02:14
[김재필 '에세이'] H에게- 총선 투표가 우리의 미래 좌우
[김재필 '에세이'] H에게- 총선 투표가 우리의 미래 좌우
  • 김재필 사회학 박사
  • 승인 2020.03.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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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네.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되면서 사망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도 심각하게 요동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의 세계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았던 세계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도 같네. 코로나19 희생자가 더 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일세.

감염병 대유행 와중에도 우리는 4월 15일에 새 국회의원들을 뽑는 총선을 치러야 하네. 그래서 오늘은 대유행 이후 새롭게 시작해야 할 건강한 정치를 위해 어떤 사람들이나 정당에게 표를 줘서는 안 되는지 자네랑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네. 혹여 한국 정치가 싫다고 코로나19를 핑계로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 투표율이 낮으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만 좋아하는 세상이 된다는 걸 잊지 말게.

먼저,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든 기존 두 거대정당들을 다시 지지해서는 안 되네. 왜냐고?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지형을 가진 나라들 중 하나야. 남북분단 등의 영향으로 수구와 보수 세력만 정치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었지. 그래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 없네. 그런 수구-보수 과두지배체제를 벗어나 다양한 사회집단들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자는 취지로 시작한 게 작년에 있었던 선거제 개혁이었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준연동병비례대표제가 지금 어떻게 되어버렸는가? 처음부터 선거제개혁에 관심이 없었던 수구 거대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자 “민주주의도, 정당정치도, 국민의 눈초리도, 체면도, 염치도 모두 다 버렸다”고 비판했던 보수거대정당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위성정당을 만들고 말았어. 두 거대정당이 다시 연극을 시작한 거지. 상대가 제1당이 되면 대한민국이 생지옥이 되니 그들을 심판해달라고. 이런 상황에서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기에는 선거법개정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고 말았네. 그러니 우리라도 두 거대정당의 꼼수놀이에 속지 말아야지.

둘째, 이제는 우리 모두 계급을 배반하는 투표는 하지 말아야 하네. 더 이상 낙수효과라는 그럴듯한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해. 부자들의 잔이 가득 찬다고 물이 아래로 꼭 흐르는 것은 아니거든. 부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작은 잔이 다 차면 더 큰 대야를 준비하네. 그것도 가득차면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의 잔을 채우려고 하지. 물이 아래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바보들이 아니야. 그래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한 거야. 부자들의 잔 크기를 줄여 가난한 사람들의 잔을 채워 줄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어야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어. 시장자유화, 규제철폐, 노동유연성 강화, 민영화 확대, 복지 축소, 작은 정부 등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국회를 지배하게 놔둬서는 안 돼.

흔히 정치가 밥 먹어 주냐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지. 하지만 정치는 분명 삶과 죽음의 문제야. ‘왜 어떤 정치인들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더 해로운가’의 저자 제임스 길리건처럼, “우리가 어느 쪽에 투표하는지에 삶과 죽음이 달렸다”고 말해도 크게 잘못된 게 아니야. 미국에서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보수정당인 공화당이 집권하면 자살률과 살인율이 실제로 높아졌거든. 이러니 수구-보수 과두지배체제인 한국에서 하위 80%에 속하는 사람들이 두 거대정당을 찍는 것은 분명 계급을 배반한 투표인 거지. 이제 우리도 자기의 삶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정당을 찾아 투표해야 할 때가 되었네. 제발 이제 내 지역정당이라고 찍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세.

셋째, 다음세대, 특히 우리의 손자 손녀들이 살아갈 세상을 걱정하지 않는 정당에 투표하지 말세. 지난 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 기온이 3.1℃로 역대 최고였네. 겨울이 사라져버린 거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상고온과 산불, 이상저온과 폭설, 폭풍, 폭우와 홍수, 가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진작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대멸종을 경고했었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대유행도 그런 대멸종 시나리오의 일부분일지도 몰라.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지구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야 해.

기후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재 석탄 발전량을 80% 정도 줄여야 1.5℃ 내 억제가 가능하네. 하지만 우리 두 거대정당의 대응은 아직 한가해. 아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어. 한 거대정당은 석탄발전을 보다 과감하게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고, 또 다른 거대정당은 아직도 탈원전 정책의 폐기만 외치고 있으니…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 2030년까지 석탄발전 퇴출을 공약으로 제시한 정당은 소수 진보정당들 뿐이야.

마지막 인용문은 앤 드루얀이 이번에 새로 발간한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의 프롤로그에서 한 말일세. 우리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을 위해 심사숙고해서 투표 잘 하게나.

“우리는 누구나 우리 존재가 미래에 미칠 영향을 오싹하게 느낀다. 누구든 마음 한구석에서는 우리가 당장 깨어나서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우리 스스로는 감당할 필요가 없었던 위험과 고난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깨어날 수 있을까? 기후변화와 핵 재앙이 인류 문명과 수많은 다른 종들을 돌이킬 수 없게끔 파괴하는 미래로 몽유병자처럼 걸어 들어가는 일을 어떻게 하면 그만둘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 공기, 물, 지구의 생명을 떠받치는 구조, 미래를 – 돈과 단기적 편리보다 귀하게 여기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지구의 모든 사람이 각성하는 것만이 우리가 마땅히 되어야 할 존재로 탈바꿈 할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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