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호 동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3개 상장계열사로부터 53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동성코퍼레이션 홈페이지
백정호 동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3개 상장계열사로부터 53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동성코퍼레이션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자 화학업계 주요 중견기업으로 꼽히는 동성그룹의 백정호 회장이 지난해 그룹 내 3개 상장사로부터 53억6,3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 경영인 중 최고액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사회 출석률은 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 이사회 한 번 안 나가고도… ‘압도적 연봉 차이’

백정호 동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동성코퍼레이션에서 24억6,200만원 △동성화학에서 15억8,800만원 △동성화인텍에서 13억1,300만원 등 총 53억6,3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이는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의 51억8,900만원보다 많은 것이자,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 경영인의 공개된 연봉 중 최고액이다.

하지만 백정호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백정호 회장은 3개 상장사 중 동성코퍼레이션에서만 등기임원으로 등재돼있다. 동성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총 9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백정호 회장은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동성화학, 동서화인텍 등 나머지 2개 상장계열사에서는 아예 등기임원으로 등재돼있지 않아 이사회 구성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책임 또한 부여되는 이사회 참석은 경영인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자 성실성 및 책임감의 척도로 여겨진다.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 여부를 공개하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이 사내이사 이사회 출석률과 관련해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사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백정호 회장의 연봉은 이사회에 꼬박꼬박 참석한 다른 사내이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동성코퍼레이션의 백충열 대표이사 등 나머지 사내이사 3명은 모두 100%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했다. 동성코퍼레이션의 등기이사 4명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36억7,700만원이다. 이 중 백정호 회장에게 지급된 보수가 24억6,200만원에 달하고, 나머지 3명의 사내이사에게 12억1,500만원이 돌아갔다.

동성화학의 사내이사 3명도 지난해 이사회 출석률 100%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백정호 회장이 15억8,800만원을 수령한 반면, 이들 사내이사 3명의 보수총액은 5억300만원이었다. 3명의 사내이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백정호 회장이 3배 더 많은 보수를 수령한 셈이다.

동성화인텍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사회 출석률 100%를 기록한 3명의 사내이사는 총 5억5,67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반면,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백정호 회장은 혼자 13억1,3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회사의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은 명백한 의무 해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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