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요금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배달의민족이 요금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배달앱 시장의 선두주자이자, 합병에 따른 독과점 등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새로운 요금체계를 도입했다. 소위 ‘깃발꽂기’ 문제를 해소하고, 영세·신규 자영업자를 위한 변화라는 게 배달의민족 측 입장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민감한 사안이란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깃발꽂기 차단하고 정률제 도입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1일을 기해 새로운 요금체계를 전격 도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발표했던 요금 및 광고체계 개편 방침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개편의 골자는 이렇다. 6.8%의 중개 수수료를 떼던 ‘오픈리스트’를 대신해 중개 수수료 5.8%의 ‘오픈서비스’가 요금체계의 중심을 이룬다.

오픈리스트는 서비스에 가입한 업소 중 랜덤으로 3곳이 최상단에 배치되고, 이를 통해 주문이 이뤄질 경우 6.8%의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었다. 새롭게 도입된 오픈서비스는 서비스에 가입한 업소가 모두 노출된다. 노출순서는 기본적으로 거리를 기준으로 한 랜덤 방식이 적용되나, 신규 등록 업소와 주문취소율이 낮고 고객 선호도가 높은 업소는 가충치가 부여된다. 향후엔 이용자가 선호 가게 및 메뉴의 노출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요금체계 개편 이후 울트라콜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
요금체계 개편 이후 울트라콜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

문제가 됐던 ‘울트라콜’ 서비스는 존재감이 대폭 축소된다. 울트라콜은 월 8만원을 내면 업소를 노출시킬 수 있는 정액제 광고서비스다. 별도의 중개 수수료는 붙지 않는다.

기존엔 울트라콜이 오픈리스트 3곳 다음에 배치됐다. 오픈리스트가 3곳에 불과하다보니 울트라콜의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었고, 이를 악용하는 행태가 나타났다. 일부 업소들이 서비스에 과도하게 중복 가입하고, 업소 위치를 실제와 다른 장소로 설정하는 이른바 ‘깃발꽂기’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소는 자금력을 앞세워 노출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매출 또한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자금력이 뒤처지는 영세·신규 업소는 노출 효과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들 역시 중복노출에 따른 불편함이 컸다.

개편 이후 울트라콜은 모든 가입 업소가 공평하게 1번씩 노출되는 오픈서비스 아래에 위치한다. 중복가입도 3번 이내로 제한된다. 또한 오픈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여러 카테고리 및 기획 카테고리에도 함께 노출될 수 있는 반면, 울트라콜은 각각의 카테고리에 노출되기 위해 별도로 추가 가입을 해야 한다. 여러모로 오픈서비스의 효과는 커지는 반면, 울트라콜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배달의민족은 5.8%의 중개 수수료가 전 세계 최저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개편의 방향성이 영세·신규 업소에 맞춰져있다고 밝혔다.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업소 52.8%가 비용 감소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대부분이 영세·신규 업소라는 설명이다.

◇ 여전히 남는 논란

하지만 배달앱 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수수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 배달앱 시장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워낙 높은데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배달앱 시장은 한층 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바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임대료’와 같은 개념인 배달앱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요금체계 개편으로 영세·신규 업소의 비용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은 이번 요금체계 개편으로 영세·신규 업소의 비용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아한형제들

당장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내용을 거꾸로 뒤집어보면, 47.8%의 업소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이 같은 요금체계 개편이 결국 배달의민족의 수익 증가를 위한 선택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측은 “47.2%의 업소는 비용이 증가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울트라콜을 적극 활용했던 기업형 업소”라며 “반면, 전체 14만여 업소 중 영세·신규 업소 2만 곳 이상은 매출 대비 비용 부담이 15%를 넘었다. 영세·신규 업소에 초점을 맞춘 변화이며, 실제 주문에 따라 이용료를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다만 요금체계 개편에 따른 배달의민족 수익 변화 여부에 대해선 “배달앱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그 부분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꾸준히 제기돼온 수수료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는다. 이번 요금체계 변경에서도 나타났듯, 실질적인 비용 변화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수료는 유지되더라도,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거나 일부 업소의 편법이 등장할 경우 결과적으로 비용이 증가될 여지가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경영진이 밝힌 공식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픈서비스에 책정된 5.8%의 수수료를 향후에도 인상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액제인 울트라콜의 경우에도 향후 3년간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배달의민족 측은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에 대해선 적극 개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외식업 자영업자와 고객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요금체계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며 ”업주님들은 낮은 수수료율을 고르게 부담하고, 이용자 분들은 식당과 메뉴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다. 새 과금체계에서 보다 많은 가게들이 더 적은 부담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의 김진표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은 지난달 30일 “배달앱 수수료가 제2의 임대료가 됐다”고 지적하며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배달앱 수수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진표 본부장은 “착한 임대료 운동에 이어 착한 소비자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도록 귀찮더라도 배달앱보다는 ‘매장에 직접 주문하기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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