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노사가 연차사용계획서 등록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씨티은행 노사가 연차사용계획서 제출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이 100% 연차 계획 등록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반면, 씨티은행 측은 “100% 강제는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씨티은행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1일 사측이 직원들에게 100% 연차휴가 소진을 강요하고 있어 직원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사측이 최근 부서장 및 영업점장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4월 중순까지 남은 연차휴가 사용 계획을 모두 등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휴가 일정을 잡기가 여의치 않은 가운데 사측이 연차 소진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일부 본부 부서에서 100% 연차 등록을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직원들의 제보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씨티은행 노조 임태준 정책홍보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사태로 외출과 여행이 제한돼 여행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당장 두 달 후에 상황도 예측키 어렵다. 이런 가운데 모든 연차 사용 계획을 등록하는 것은 ‘계획 없는 연차 사용’을 압박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차 계획서를 제출하면, 향후 계획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며 “원칙상은 일정 변경 및 취소가 가능하지만 조직 분위기 특성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사측의 연차 등록 압박이 휴가보상금을 아끼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보내고 있다. 회사는 미사용 연차 일수에 따라 직원들에게 휴가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차를 모두 소진하게 되면, 당연히 이를 받을 수 없다. 이에 임 국장은 “근로기준법상 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직원들 가운데 휴가 다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연차 계획을 100% 등록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씨티은행 측은 “코로나19 사태 후 휴가 집중 사용에 따른 대고객 서비스 차질을 막기 위해 연차 계획 등록을 독려했지만, 휴가 사용을 강제하거나 100% 계획서를 제출도록 강제한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우선 “임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2007년 업계 최초로 자율근무제를 도입하고, 2017년에는 PCOFF 제도, 올해에는 국내 최초로 배우자 출산 시 4주 유급 휴가를 도입한 바 있다”며 “연간 휴가를 미리 계획하고 등록하는 것도 이러한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방안으로, 최근 수년 간 한국씨티은행을 포함한 전 세계 씨티가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현 시점에 직원들에게 휴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슷한 시기에 휴가가 몰리면 대 고객 서비스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니,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계획을 세우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100% 연차 계획 등록을 강제하진 않았다. 그리고 혹여 계획을 등록하더라도 차후 언제든지 일정은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사가 시행하는 휴가는 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에서 시행하는 무급휴가가 아닌, 유급휴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는 연차 계획 등록 대해 문제 제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노사 갈등이 계속될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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