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별법 개정 당부… 4·3 진상 낱낱이 밝혀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의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전 9시 55분 제주시 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두 차례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제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故) 노무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추념식에서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자 명예회복 등 4·3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자동 폐기 위기에 놓였다. 문 대통령이 올해도 4·3 추념식을 찾은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념식은 상황이 되면 참석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우리가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많은 아픈 과거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국회에도 '4·3 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며 “입법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4·3은 제주의 깊은 슬픔이다. 제주만의 슬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라며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다. 제주도민들은 오직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으며 되찾은 나라를 온전히 일으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며 “우리가 지금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제주의 슬픔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면서 “그렇게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시작할 때 제주의 아픔은 진정으로 치유되고, 지난 72년, 우리를 괴롭혀왔던 반목과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보편적 기준에 따라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치유해 나가는 ‘정의와 화해’의 길”이라며 “저는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진실의 바탕 위에서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면서 “진실은 정의를 만날 때 비로소 화해와 상생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역사적인 정의뿐 아니라 법적인 정의로도 구현해야 하는 것이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부당하게 희생당한 국민에 대한 구제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본질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며 “제주 4·3은 개별 소송으로 일부 배상을 받거나, 정부의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에 머물고 있을 뿐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4·3은 법적인 정의를 향해서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며 “지난해 열여덟 분의 4·3생존 수형인들이 4·3 군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재심재판과 형사보상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고,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우리는 이제 죄 없는 사람이다’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자리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국가기록원에서 발굴한 수형인 명부가 4·3 수형인들의 무죄를 말해줬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2018년, 그동안 중단됐던 4·3희생자와 유족 추가신고사업을 재개했다”면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는 6차 신고기간 동안 추가로 신고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심의를 거쳐, 희생자 90명, 유족 7606명을 새롭게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친의 희생 장면을 목격한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아온 송정순 님을 4·3희생자 중 최초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희생자로 인정해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신고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추가신고의 기회를 드리고, 희생자들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해발굴과 유전자 감식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 4월부터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4·3트라우마센터'가 시범 운영된다”며 “제주도민들이 마음속 응어리와 멍에를 떨쳐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관련 법률이 입법화되면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추념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참석자를 150명 가량으로 최소화했다. 4·3 희생자유족회장 등 유족 60여 명, 4·3 평화재단 이사장, 4.3 실무위원회, 제주 지역사회 대표 등 유관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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