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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두 얼굴] 세계적 재난… 자연은 숨을 쉬기 시작했다
[코로나의 두 얼굴] 세계적 재난… 자연은 숨을 쉬기 시작했다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0.04.03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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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산업, 경제, 사회가 마비되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지구 환경은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야생동물들 역시 보금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그야말로 '코로나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타노스에 의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줄어들자 허드슨 강에 고래가 돌아오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이 자연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묘사한 것이다. 이 장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타노스가 옳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자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로 돌아오거나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적이 드물어진 영국 북웨일즈 휴양지 란두드노에 나타난 야생 염소떼./ AP통신

◇ 인간이 사라진 곳, 동물들이 돌아왔다

지난달 31일 AP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영국 북웨일즈 휴양지 란두드노에 야생 염소떼가 나타났다. 염소들은 마을 거리를 활보하며 주택가 정원의 풀을 뜯고 성당 내 묘지에서 잠을 자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칠레 산티에고에서는 퓨마가 거리를 돌아다니다 칠레 당국에 포획돼 동물원으로 옮겨졌으며 미국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야생 칠면조 떼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에는 밤이 되자 곰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다.

콜롬비아 현지 언론 엘티엠포는 코로나19로 인해 선박의 입출항이 줄어들면서 카르타헤나 만에 돌고래의 출현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전국에서 보기 힘든 개미핥기, 주머니쥐 등의 동물도 거리에서 목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칠레 산티에고의 거리에 나타난 퓨마. 칠레 당국에 포획돼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 유튜브 영상 캡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인간에게 보금자리를 뺏겼던 야생동물들이 자신들의 영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환경오염과 인간들의 간섭으로 인해 서식지를 떠났던 동물들이 돌아온 사례도 있다. 지난달 26일 인디아타임즈 등 인도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도 동북 오디샤주(州) 간잠 지역 루시쿨야 해변에는 올리브 바다거북 80만마리가 돌아와 둥지를 틀었다. 

루시쿨야 해변은 본래 올리브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찾아오는 장소였다.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로 해변이 오염되면서 지난 2002년, 2007년, 2016년에는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으러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루시쿨야 해변 출입이 통제되면서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세계 각국의 바다거북 연구자들과 환경단체는 바다거북이 루샤쿨야 해변에 돌아온 것이 환경이 되살아나고 있는 징조로 보여 매우 기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산란철에도 루샤쿨야 해변으로 돌아오지 않던 바다거북들이 코로나19로 해변 출입이 금지돼자 다시 돌아왔다./ 인디아 타임즈

◇ 대기환경까지 개선… 교통량·공장 가동 감소 등이 주요 원인

인간의 산업·사회 활동이 감소하면서 대기오염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산업국가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미국, 유럽에서는 대기질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뉴욕타임즈가 보도한 데이터분석업체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뉴욕·시애틀·LA 등 미국의 대도시권에서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50%이상 감소했다. 이는 격리 조치로 인한 교통량 감소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유럽우주기구(ESA)는 유럽 산업단지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최근 6주간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의 타격이 심각한 이탈리아 북부의 경우 이산화질소 농도가 40%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측정된 전국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 33㎍/㎥에서 24㎍/㎥으로 약 27% 감소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분석한 중국 전역의 이산화질소 오염도.  중국전역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지난 1월에 비해 2월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아울러 지난 2019년 기준 세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1위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눈에 띄게 대기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한 달 간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목받는 중국에서 발생한 이산화질소(NO₂)의 양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산화질소는 보통 화석 연료를 소비할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로 그 자체로도 유독한 대기오염 물질이지만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인 중 하나다. 햇빛과 반응해 초미세먼지(PM2.5)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중국 내 산업 활동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저히 감소했기 때문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에너지 및 청정대기 연구센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중국의 산업활동은 최대 40%이상 감소했다. 올해 2월 중국 내 석탄 소비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석유소비도 1/3이상 감소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탄소배출량도 25%이상 감소했다. 

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GSFC) 페이 리우 대기 연구원은 영국 BBC보도를 통해 “중국 지역에서 대기오염물질이 이처럼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관측한 것은 처음”이라며 “코로나19의 첫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이산화질소가 감소하기 시작한 이후 중국 전역에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중국의 대기오염 감소율은 지난 몇 년보다 크게 나타났다”며 “이는 중국 전역의 도시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