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급감한 가운데 이광범 대표이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취임 첫해인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작년 회사의 영업이익은 95% 급감했다. 올해도 실적 전망은 밝지 못한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가 침체되면서 식품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취임 첫해 성적표 우울… 작년 영업이익 95% 급감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했다. 그는 2018년 말 돌연 사퇴한 이정인 전 대표의 후임으로 긴급 투입된 인사다. 이정인 전 대표는 남양유업의 첫 외부 출신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바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으로 시달려온 곳이다. 2013년 대리점주에 대한 ‘갑질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며 2013년~2014년 2년간 영업적자를 냈다. 이후 2015~2016년 간 영업이익을 회복하며 개선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2017년부터 다시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남양유업의 2017년과 2018년 영업이익은 각각 51억원, 85억원 수준에 그쳤다. 2016년 영업이익이 418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실적이다. 

이에 이 대표의 어깨는 무거웠다. 추락한 실적을 반등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대표는 남양유업의 영업총괄본부장 및 경영지원본부장 역임한 인사다. 이에 남양유업의 영업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표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남양유업 영업이익은 4억1,735만원으로 전년 대비 95% 가량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308억원으로 4.7%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92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1,350% 증가했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4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부동산을 520억원에 매각해 영업외수익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남양유업의 실적 부진을 놓고 크게 두 가지 원인을 꼽고 있다. 우선 남양유업 주력 사업 부문인 우유 및 분유업계의 업황 악화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생아수 감소세로 국내 분유 및 우유 시장은 몇 년째 성장 침체를 겪고 있다. 흰우유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100억원을 기점으로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국내 분유시장은 수년째 3,000억원 중반대 규모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과거 갑질 논란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하락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초 논란이 됐던 시기에서 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이후로 여러 구설이 이어지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 갑질 논란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당시 물량 밀어내기 의혹와 장부 조작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았다. 

◇ 코로나19 악재까지 엎친 데 덮친격… 비상경영 선포한 남양유업  

아울러 지난해 남양유업은 과거 대리점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하한 혐의가 드러나 뭇매를 받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남양유업은 2016년 1월 1일 농협 거래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15%에서 13% 인하한 혐의가 드러났다. 남양유업은 공정위가 관련 혐의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가자 동의의결 신청을 내고 자진시정방안을 내놨다. 이외에도 각종 이슈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남양유업은 지난해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대표 역시, 논란 수습에 분주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문제는 올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식품업계는 내수 부진에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남양유업의 우유 급식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남양유업은 학교 우유 급식 물량의 3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학교 개학 연기에 따른 급식이 중단되면서 관련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이날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내외적으로 매우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업계에선 남양유업이 비용 효율화와 신사업 진출을 통해 부진의 탈출구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이 대표가 작년 부진한 성적표를 딛고 리더십을 입증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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