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유아복 업체 아가방앤컴퍼니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아가방앤컴퍼니
출산율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유아복 업체 아가방앤컴퍼니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아가방앤컴퍼니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국 랑시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아가방앤컴퍼니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OECD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이어가는 국내를 대신할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서려던 시점에서 신종 코로아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시계제로 미국 시장… 중국은 잰걸음

2014년 중국 자본으로 넘어간 아가방앤컴퍼니가 쉽사리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두 자녀 정책 시행 호재를 만나 상승 기류를 탈 것이란 예상을 깨고 고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아복업체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해 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남기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백화점 유통브랜드 점유율이 늘어 매출(1,342억)은 개선됐지만 턴어라운드를 맞았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성장의 발판이 돼야할 해외 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부문은 간신히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왔지만 해외에서는 3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매출도 국내가 전년 대비 23% 늘어난 반면 해외는 동기간 13% 감소해 대비를 이뤘다. 최대 해외 시장이던 미국의 활로가 막혀버린 영향이 크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 1989년 미국법인 ‘AGABANG USA’를 설립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코스트코의 PB상품인 커클랜드 브랜드에 아가방 제품을 ODM방식으로 납품하며 영토를 넓혀갔다.

하지만 현재 미국 법인은 시계제로에 빠져 있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 법인에서는 단 1원의 매출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단 AGABANG USA는 철수되지 않은 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가방앤컴퍼니 관계자는 “현지 유통사와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현지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법인은 청산하지 않으며 미국 재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미국에서 의욕적으로 들여온 유아동 브랜드 ‘기글’ ‘주타노’의 국내 전개도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 뚝 그친 아기울음… 코로나19 악재 겹쳐

아가방앤컴퍼니는 미국을 대신해 모기업의 국가인 중국 쪽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백화점과 고급 쇼핑몰을 위주로 ‘에뜨와’를 출점시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아가방앤컴퍼니는 중국에서 백화점, 쇼핑몰, 지역 유통점에 56개 직영점과 23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동(아랍에미레이트)과 인도네시아, 홍콩, 마카오 등 아시아권에 진출해 있다.

흑자에 턱걸이하며 체면치레 한 국내 사정도 여의치 않다. 아가방앤컴퍼니가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내수 회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로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결혼 및 임신 계획을 미룰 것으로 예상돼 출산율은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소비심리 위축으로 백화점,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때 이른 전망도 나온다.

아가방앤컴퍼니 관계자는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채비였는데 코로나19가 터져 매일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있다”면서 “조직 개편 등 다양한 수단을 경영진이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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