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코로나19의 유행으로 한약 특히 보약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노약자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그리고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더욱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감기, 독감, 바이러스 모두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면역력이 문제가 된다. 설사 노령이나 병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성 확진자나 잠복기의 전염자를 만나도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은 것은 그냥 ‘운’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의 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별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스로가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면역력 향상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그런 측면에서 화학원료가 아닌 자연에서 나는 음식이나 마찬가지인 천연약재로 만든 한약의 복용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해서 밥과 반찬이 곧 보약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나오는 말로 “식치(食治)” 즉 음식 식단과 양을 조절해서 병증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체질과 건강 상태를 보며 잘 보약을 지어야 한다.

예전에는 한약은 7〜8월이 비수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여름에도 감기 걸리는 사람도 적지 않고, 동남아에서도 유행하는 것을 보면 여름에도 코로나의 기세가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예전에 한여름날 매일 왕의 탕약을 다리기가 힘들었던 내시들이 “‘여름에는 개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인용하며, ‘탕약을 먹어도 다 땀으로 다 빠지는데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마셔도 소용이 없다고 꾀를 낸 것이 속설이 된 듯하다. 그래서 여름에는 땡볕에 한약을 달이지 않게 된 듯하다. 요즘은 기계가 다 해 줘서 그런 꾀를 낼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여름휴가철이 겹쳐서 여전히 비수기인 듯하다.

한태만 한약업사는 “밥 세 끼 먹는 것보다 운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도겸 제공
한태만 한약업사는 “밥 세 끼 먹는 것보다 운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도겸 제공

덧붙여 녹용은 아이가 먹으면 머리가 나빠져서 멍청해진다는 속설도 폐기되어야 한다. 전통사회에서 비싼 녹용을 아이에게까지 사주기 어려워서 미안해서 한 말들이 정착된 듯한데 요즘 뉴질랜드와 러시아에서 예전보다 저렴하게 수입되니 굳이 면역력 키우자는데 아이를 제외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그렇다고 보약을 짓는데 무조건 녹용을 쓰면 안 된다. 쓸만 할 때 써야 하며, 약은 비싸다고 좋은 게 아니고 또한 싸다고 나쁜 게 아니다. 한약방의 한약업사에게 증상에 따라 처방을 받아 저렴한 약재를 써도 치료가 더 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싼 것을 달라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36년간 한 자리에서 한약방을 운영해온 한태만 한약업사는 전한다.

옛부터 “약짓는 사람, 약 달이는 사람. 약 먹는 사람 이 세 사람의 정성이 들어맞기에 약효가 난다”고 한다. “식당 주방을 공개하듯이 첩약을 만드는 과정을 다 공개해야만 환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한약업사와 약을 못 믿는 데 어떻게 약효를 얻겠는가?” 그래서 손님이 끊이지 않는 한약방의 한약업사들은 위생을 최우선하며 좋은 약재를 직접 구해서 늘 점검한다고 한다. 한 원장 역시 구입한 약재 역시 그냥 쓰지 않고 꼭 한번 씻지 않고는 달이지 않는다고 한다. 달일 때에도 늘 수돗물이 아니라 제주도 삼다수만 사용한다고 하니 약 달이는 정성에 해당할 듯 싶다.

한약방의 한약업사들은 수십여년 동안 열심히 한의학 공부를 하고 또 하며, 환자를 보고 그 증상에 따라 지은 11개 한약서에 전하는 경험방에 따라 처방을 해서 약효를 낸다는 말에 더욱 신뢰가 간다. “밥 세 끼 먹는 것보다 운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보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취미로 다양한 운동을 할 것을 제안하며, 보이차 한 잔을 마시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오늘날 코로나19에 어쩔 줄 모르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값진 조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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