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녀인 박주형 상무가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녀인 박주형 상무가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회사 측은 “책임경영 차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 안팎에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박주형 상무 올해 들어 4만7,192주 매입… 33억원 규모 자금 투입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박주형 상무는 이달 2일부터 13일까지 기간 동안 6차례에 걸쳐서 자사주 7,918주를 매입했다. 1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6만2,689원이다. 해당 주식 매입엔 4억9,637만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의 주식 매입은 올해 들어 두드러져 나타나고 있다. 박 상무는 1월 8일부터 14일까지 세 차례 걸쳐 총 1만7,350주를 사들였다. 당시 1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7만4,294원으로, 박 상무는 주식 매입에 12억8,900만원 가량을 투입했다. 이후 박 상무는 1월 30일부터 2월까지 나흘 동안 또 다시 다시 세 차례에 걸쳐 총 2만1,924주를 매입했다. 당시 지분 매입엔 15억5,691만원의 자금이 쓰였다. 

이달 지분 매입 규모까지 합하면 박 상무는 올해 들어서만 자사주 4만,7192주를 매입한 셈이다. 해당 주식 매입에 쓰인 자금은 33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같은 주식 매입으로 박 상무의 지분은 지난해 말 25만323주에서 29만7,515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그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보통주 기준 0.82%에서 0.98%로 0.16% 포인트 증가했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은 시장의 꾸준한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박 상무의 경우, 금호가(家)의 ‘금녀의 벽’을 깨고 경영 참여를 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온 인사다. 금호그룹은 전통적으로 여성 오너일가의 경영 참여를 배제해왔다. 심지어 딸에게는 지분 상속과 소유도 제한했다.

하지만 ‘형제의 난’ 끝에 금호석유화학을 금호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박찬구 회장은 그 벽을 깨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2012년 장녀인 박 상무에게 현금을 증여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했다. 이후 2015년엔 임원 인사에서 박 상무를 구매자금 담당 상무로 적격 선임해 힘을 실어줬다.

1980년생인 박 상무는 이화외고와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파슨스 디자인 학교에서 실내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국 현지 기업에서 1년여간 인턴을 한 뒤 2010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입사했다. 이 회사의 관리업무·화학제품 영업부서 등에서 근무하다 2015년 금호석유화학에 합류한 바 있다. 

재계에선 당시 박 상무에게 구매자금 담당을 맡긴 것을 놓고 내부 사건과 연관성을 찾기도 했다. 2015년 금호석유화학은 구매담당 직원들의 리베이트 파문으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박 회장이 자신의 딸에 구매자금담당 업무를 맡겨 사태 수습을 맡겼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후 박 상무는 조금씩 자신의 지분을 늘려왔다. 매입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2015년부터 2017년 기간 동안 한 번씩 지분을 매입했다. 다만 최근 2년간은 잠잠한 흐름을 보여왔던 바 있다. 그런데 올 초 들어 다시 적극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재계에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우선 박 상무가 경영 보폭을 보다 넓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 총수 일가 중 나홀로 지분 매입… 경영 보폭 커지나 

박 상무는 경영 승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다. 오빠인 박준경 상무와 사촌 오빠인 박철완 상무 등과 비교하면 보유 지분이 적지만 그간 큰 잡음 없이 안정적인 업무 능력을 보여준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재계에선 박 회장이 “능력이 있다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여 온 만큼 박 상무의 행보도 주목해온 바 있다. 

물론 현재 지분 보유 현황을 비교하면 박준경 상무와 박철완 상무가 우세한 분위기다. 박철완 상무는 보통주 기준으로 지분 10%, 박준경 상무는 7.17%를 보유 중이다. 박주형 상무의 지분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외에 오너인 박 회장의 지분율은 6.69%다. 

또한 일각에선 박 상무가 하락장에서 주식 매입에 나선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10만원대 선을 유지했던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최근 1년 새 하락세를 보여 왔다. 올 초부터는 6~7만원 선에 머무르며 지지부진한 양상을 이어갔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주식 시장이 출렁일 때인, 지난 3월 19일에는 장중 한때 4만3,8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 힘입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최근엔 6만원대 중반 선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식 매입이 이뤄지다보니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오너일가의 책임경영 차원의 행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하락장을 기회삼아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최근 주식 폭락장 흐름에서 일부 오너일가 인사들이 줄줄이 주식 매입에 나섰던 바 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은 책임경영 차원 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후계구도와 연결짓는 시선에 대해선 “현재 후계승계 작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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