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5 총선에서 민주당은 구로을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내세웠다. 반면 미래통합당에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양천구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 김용태 후보를 내세웠다. /사진=권신구 기자
이번 4‧15 총선에서 민주당은 구로을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내세웠다. 반면 미래통합당에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양천구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 김용태 후보를 내세웠다. /사진=권신구 기자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서울 구로을은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 김한길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이곳은 2008년 18대 총선부터 박영선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선을 했던 지역이다. 20대 총선 때는 박영선 당시 후보가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를 20%p 이상 따돌리며 민주당 텃밭임을 확실히 입증했다.

이번 4‧15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 지역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내세웠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윤 후보를 앞세워 안정적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에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양천구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 김용태 후보를 내세웠다. 김 후보의 출마를 두고 ‘자객공천’이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다.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시사위크>가 만난 두 후보는 모두 굳은 결의를 보였다. 앞선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양측 모두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며 ‘뚜벅이 유세’로 남은 표심 끌어모으기에 힘을 쏟았고, 김 후보는 ‘정권 심판’에 대한 지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구로을 후보가 13일 대림역 유세 중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권신구 기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구로을 후보가 13일 대림역 유세 중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권신구 기자

◇ 윤건영, ‘끝까지 가봐야’ 낙관론 경계

윤 후보는 오전 7시 대림역 3‧4번 출구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출근인사 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본인’이라 적힌 파란 마스크를 쓴 윤 후보는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그는 “안녕하세요 윤건영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를 본 시민 중 다수는 윤 후보에게 목례로 답했다. 한 남성은 그에게 다가와 함께 사진 찍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른 중년 남성은 두 주먹을 들고 그를 향해 “화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전날(12일) 집중유세를 마친 윤 후보는 이날은 개별적으로 시민들을 만나는 유세에 집중했다. 윤 후보는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힘들다”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분위기를 전혀 알 수 없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출근 인사를 마친 윤 후보는 유세차를 타고 지역을 돌며 오전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 1시 20분부터는 구로4동 우체국을 시작으로 남구로 시장을 둘러보는 뚜벅이 유세를 진행했다. 시장 상인들은 윤 후보에게 “대림역에 에스컬레이터 설치해달라”거나 “장사 좀 잘 되게 해달라”는 실질적인 문제를 털어놓았다. 윤 후보는 상인들의 말을 듣고 “열심히 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 역시 이 자리에서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현장 반응이 있어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고, 여론조사 결과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미래통합당 구로을 후보가 13일 구로역 유세 중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권신구 기자
김용태 미래통합당 구로을 후보가 13일 구로역 유세 중 시민의 응원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권신구 기자

◇ 김용태, ‘정권 심판’ 확신

같은 시각 김 후보는 구로역 1번 출구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힘내세요”, “승리하세요”와 같은 말들로 화답했다.

김 후보는 <시사위크> 기자와 만나 “처음 험지에 출마했을 때 시민들의 반응이 없으면 확신이 안 들었는데, 이 같은 반응이 나올 때면 ‘내 결정이 맞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께서) 절대 무너지지 말라, 끝까지 싸워달라고 하신다”며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중압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을 원하는 시민들의 응답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후보는 “분위기가 달아올랐다”며 “다른 건 몰라도 한국 경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설프게 다른 말씀은 안 드린다. 투표로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실 것이다”며 “(정부‧여당) 이들의 위선을 반드시 국민들께서 심판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된 콜센터와 교회 등이 모두 구로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후보는 ”여기 와서 진짜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데 콜센터와 만민교회 코로나 터지고, 무소속 후보 출마까지 3재로 최악이다“며 ”선거운동 역시 제대로 못 하지만, 국민 믿고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통합당의 ‘막말 논란’이 불거진 이후 황교안 대표 등 일부 후보가 큰절을 하고 ‘살려달라’는 읍소를 한 것에 대해서 소신 발언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국민들은 통합당 후보를 살리는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 낸 참담한 경제를 심판하는 것”이라며 “후보 하나를 살린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황 대표의 거대한 착각이다. 정말 솔직한 이야기로 국민을 어떻게 알고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 정권의 오만과 독선만큼이나 우리의 무지와 자만을 두고 감히 우리가 국민들에게 살려달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출근 인사를 마친 김 후보는 정오 경 구로구청 사거리를 방문해 피켓을 들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구청관계자들과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구로을 후보가 13일 남구로 시장 뚜벅이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권신구 기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구로을 후보가 13일 남구로 시장 뚜벅이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권신구 기자

◇ 전통적 민주당 텃밭 균열 조짐

민주당 텃밭 지역인 만큼 이날 본지가 직접 들어본 민심은 ‘민주당 지지’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세가 예전만큼 견고하지 않아 이번에는 알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체감 경기의 어려움은 물론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이유에서다.

구로4동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마음 가는 쪽은 1번이다. 여기는 다 민주당”이라며 “통합당은 별로 인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이 지역은 내가 봤을 때는 윤 후보인 것 같다. 여기 지역 세가 원래 전통적인 민주당이라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과물 가게에서 일하는 30대 남성 또한 “이 지역은 조선족 분들이 많은 지역인데 그 외에 오래 사신 분들의 경우는 민주당 텃밭이다 보니까 아무리 봐도 그 쪽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거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에 대해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렸다. 구로리 공원에서 만난 허모씨(50대‧남성)는 “박영선 전 의원이 있었을 때 이곳 시장경제가 완벽하지는 않아도 70~80%는 큰 요동 없게 잡아줬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 김한길 전 의원이나 박 전 의원 등은 시간만 되면 시장 상황 등을 알아보려는 활동들을 많이 했다”며 “보수 쪽 당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미래통합당 구로을 후보가 13일 구로구청 앞 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권신구 기자
김용태 미래통합당 구로을 후보가 13일 구로구청 앞 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권신구 기자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반대 의견도 흘러나왔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흐름이 바뀐 건 사실”이라며 “이 지역에 전라도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도 통합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살기가 너무 힘드니까 바꿔볼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당연히 자기네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노력을 안 하는 건지, 지금까지 공영주차장 하나조차도 확대를 안 했다”며 “아줌마들 목욕탕 같은 데서 만나면 이번에는 민주당 찍지 말자는 말도 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들 모두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정치권은 자기들 이합집산이라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지 국민은 안중에 없다”며 “국민은 자기들하고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로역 인근에서 만난 80대 남성은 “선거철에나 돌아다니지 되고 나면 아무 소용도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구로2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조모씨(50대‧남성)는 “어느 당이든 서민들을 위해서, 없는 사람을 위해서 일해 주면 좋은데 지금 거꾸로 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며 “정책으로 믿음을 갖게 해주면 좋은데 서로 욕심만 내니까 별로 안 좋아서 이번에 찍으면 제3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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