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일정이 전면 연기된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자체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개막 일정이 전면 연기된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자체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키움증권의 ‘야구마케팅’이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의 손을 잡았던 선택이 여러 우여곡절을 지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이란 최고의 성과로 막을 내렸지만, 올해는 다시 코로나19 사태라는 뜻밖의 악재를 만나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있는 모습이다.

◇ 우려 속에 출발한 키움증권 야구마케팅, 우여곡절의 첫해

키움증권은 지난 시즌 마침내 국내 프로야구계에 이름을 새겼다. 모기업을 둔 다른 구단과 달리 스폰서 계약을 통해 운영되는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과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계약규모는 연간 100억원씩 5년 간 총 500억원에 달했다.

키움증권은 중반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야구장 펜스광고를 시작하고, NC 다이노스 홈구장 전광판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야구마케팅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바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탄생은 이러한 행보의 화룡점정이었다.

하지만 키움증권을 향한 시선엔 기대보단 우려가 더 많았다. 키움증권과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시즌, 서울 히어로즈는 각종 사건과 논란이 잇따르면서 야구계의 문제아로 전락한 상태였다. 팀을 창단한 전 구단주 및 고위 경영진은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고, 구단 운영상의 난맥상도 드러났다. 또한 과거 트레이드에서 ‘뒷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됐고, 핵심 선수 2명은 원정경기 기간 중 성폭행 혐의로 입건돼 큰 충격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서울 히어로즈는 전 메인 스폰서였던 넥센타이와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때마침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서울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고, 그 빈자리를 키움증권이 꿰찼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리스크가 큰 선택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이 적잖은 비용을 투입해 서울 히어로즈와 손을 잡고 야구마케팅에 박차를 가한 것은 그만큼 쏠쏠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데다,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린다. 또한 서울 히어로즈는 비록 많은 사건과 논란이 있었지만, 야구 자체만 놓고 봤을 땐 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상태였다.

이처럼 우려의 시선 속에 출발한 키움증권의 본격적인 야구마케팅은 줄곧 롤러코스터 행보가 이어졌다. 새 출발과 함께 선임한 신임 단장은 잡음 속에 열흘 만에 교체됐고,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된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관련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반면, 시즌 내내 상위권 성적을 이어가던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하며 키움증권의 야구마케팅은 첫해부터 좋은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 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 관중석이 텅빈 채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 관중석이 텅빈 채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코로나19 사태로 ‘개점휴업’… 개막해도 흥행 미지수

문제는 2년차인 올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악재가 등장하면서 키움증권의 야구마케팅은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있다.

악재의 주인공은 코로나19 사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큰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 스포츠 또한 전면 중단시켰다. 시즌이 한창이던 유럽의 주요 축구리그는 결판을 짓지 못한 채 멈춰있고, 올 여름으로 예정돼있던 2020 도쿄올림픽 역시 전격 연기됐다. 국내 프로스포츠 역시 농구와 배구가 사상 초유의 시즌 조기 종료 결정을 내렸고, 야구와 축구는 개막을 연기한 상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지난 14일 올 시즌 프로야구 일정을 재차 논의했으나 개막일을 확정짓지는 못했다. 오는 21일부터 구단 간 연습경기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지만, 개막과 관련해서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키움증권 입장에선 비용은 고스란히 지출하면서 마케팅 효과는 사실상 보지 못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프로야구가 개막하더라도 고민은 남는다. 일정 기간 동안 생활방역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것이 불가피한 가운데, 프로야구 흥행이 예년만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이미 지난 시즌 연간 총 관중수가 728만명으로 뚝 떨어지며 4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했다. 특히 키움 히어로즈는 여러 사건 및 논란의 후유증 속에 10개 구단 중 가장 저조한 관중 동원력을 보인 바 있다.

키움증권의 야구마케팅이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프로야구 및 키움 히어로즈의 흥행이 필수적이다. 브랜드 노출만으로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연간 100억원의 비용을 지출하기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야구계 관계자는 “프로야구 흥행의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관중수인데, 올해는 뒤늦게 개막한다 하더라도 많은 관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KBO가 일정 기간 동안 관중수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고, 야구팬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직접 야구장을 찾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는 프로야구 흥행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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