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오른쪽)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티브로드방송 강서제작센터에서 열린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만나 인사한 뒤 자리하고 있다./뉴시스
4·15 총선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오른쪽)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티브로드방송 강서제작센터에서 열린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만나 인사한 뒤 자리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 총선은 2022년 차기 대선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의 경쟁구도도 뒤흔들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리면서 경쟁구도가 재편됐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낙연 대세론’이 공고화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잠룡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대권 경쟁구도가 활력을 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전 총리는 서울 종로에서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되면서 여권에서 대선주자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 이 전 총리는 총선 기간 자신의 출마 지역구인 종로 선거와 전국 지원 유세를 동시에 해내며 안정적인 리더십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아직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이 전 총리를 차기 주자로 낙점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전 총리가 민주당의 차기 주자 자리를 확실하게 꿰차기 위해서는 당 내 장악력을 키우고, 친문 세력의 지지를 확실하게 등에 업어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 승리는 이 전 총리의 공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낙연 대세론’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가족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재판 결과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PK(부산‧경남) 주자로 급부상한 인물이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된 김두관 의원이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경기 김포갑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이번 총선은 지도부 요청에 따라 지역구를 옮겨 험지인 PK에 출마했다.

반면 부산 진구갑에서 승리할 경우 PK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김영춘 의원은 미래통합당 서병수 후보에게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특히 TK(대구‧경북) 맹주를 노리던 김부겸 의원도 대구 수성구갑 선거에서 낙선해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20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수성구갑에서 승리할 경우 김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확실한 TK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에게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한 잠룡도 있다. 당초 종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통일운동에 전념하겠다”면서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는 총선 과정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당의 요청도 거절했다. 그러나 그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전국을 돌며 후보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이 때문에 그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유세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총선 결과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 속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잠룡들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신천지에 대한 강력 대응, 재난소득지급 제안 등 이슈를 주도하며 운신의 폭을 넓혔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16일 YTN에 출연해 “김두관 의원이 주목해 볼 대목이다. 민주당 내에 대권주자가 지난 조기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로 많았는데 하나하나 사라져버렸었다”며 “그런데 다시 한 번 대선 준비를 할 드라이브를 걸 동력이 총선으로 생겼다”고 분석했다.

미래통합당은 황교안 대표의 대세론이 무너지면서 절대 강자가 없는 약자들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황 대표는 종로 선거에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 완패하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황 대표는 자신의 종로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이끌었던 통합당까지 참패하면서 정치 입문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미 리더십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받은 황 대표가 향후 재기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는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진 통합당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 의원은 이번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뒤 선대위 공식 직함을 갖지 않고 전국 지원 유세를 펼쳤다. 지도부에 비해 총선 참패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없는 셈이다. 유 의원이 혼돈의 통합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차기 대선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서울시장 자리에서 중도 하차한 뒤 줄곧 정치적 내리막길을 걸어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또다시 시련을 맞고 있다. 오 전 시장이 통합당 험지인 서울 광진구을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민주당 고민정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좌절됐다.

반면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다시 급부상했다. 두 사람은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대구 수성구을과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각각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두 사람은 총선 참패로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진 통합당에 다시 입당해 차기 대선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안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옛 국민의당을 창당해 38석을 획득하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돌풍 재연에 실패했다.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공천한 국민의당은 단 3석을 획득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안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구 의료봉사 활동을 하며 ‘반짝’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후 국토 종주 달리기 유세까지 하며 고군분투했지만 민심을 얻는데는 실패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통화에서 “홍준표 김태호 두 사람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다시 보수진영 차기 주자군으로 떠올랐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황교안 대표에 대한 보수 지지층의 리더십 평가는 끝났기 때문에 재기가 어려워 보이지만 황 대표 강성 지지층들은 어떻게 하든 복귀시키려고 애를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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