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해외 세일즈사 콘텐츠판다 측은 지난 16일 공식 입장을 내고, 배급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은 것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먼저 리틀빅픽처스는 “‘사냥의 시간'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한다”며 “배급 과정의 혼선과 혼란에 대해 배급사로서 전하기 힘든 죄송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배급사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수도 없이 고민했다”며 “‘사냥의 시간’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다 널리, 보다 안전하게 배급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넷플릭스로의 190개국 전 세계 동시 개봉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와 제작진, 감독, 배우들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리틀빅픽처스는 “하지만 무리한 진행으로 ‘사냥의 시간’ 해외 세일즈사로, 1년여간 해외 판매에 크게 기여한 콘텐츠판다의 공로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했고 그 결과 해외 상영 금지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며 “이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콘텐츠판다에 사과를 구한다”고 전했다.

또 “그 과정 속에서 보도자료 및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해 콘텐츠판다는 물론 모회사인 NEW의 기업가치를 훼손한 점에 대하여 콘텐츠판다 임직원들에게 사과한다”며 “다수의 피해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취지에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협상은 매끄럽지 못했고 과정은 서툴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의해 주고 이해해 준 모든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사과를 동시에 전한다”며 “‘사냥의 시간’이 다시 넷플릭스에 공개될 수 있도록 한국 영화 산업을 위해 개별 바이어들과 신속하고 합리적인 협상은 물론 최소한의 비용으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도록 배려한 콘텐츠판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콘텐츠판다 역시 이날 입장을 전했다. 콘텐츠판다는 “지난해 1월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해외 세일즈 계약을 체결한 이후 영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맡은 바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한의 상식적인 절차가 무시된 채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을 때 콘텐츠판다의 적법한 권리를 믿고 계약을 체결한 해외 바이어들과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과 그동안의 노력이 허위사실에 기반한 억측으로 인해 폄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콘텐츠판다의 정당한 권리와 의무 수행을 확인받았다”고 덧붙였다.

콘텐츠판다는 “이후 최선을 다해 해외 바이어들과의 재협상을 마친 후 상영금지가처분을 취하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사냥의 시간’을 공개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리틀빅픽처스와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콘텐츠판다는 영화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한 사례를 방지하고 국제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사냥의 시간’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해외 30여 개국 영화사들과 합리적인 비용으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고 이 모든 과정에서 콘텐츠판다에 대한 합당한 보상보다는 국제 분쟁을 예방하고 해외 시장에 한국 영화계가 합법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를 존중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콘텐츠판다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한국 영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함은 물론이고 계약 관계에서 서로가 지켜야 할 상식과 국제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원만한 합의를 위해 협조해 준 해외 담당 영화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사냥의 시간’이 전 세계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길 기원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앞서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26일 국내 개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잠정 연기됐다. 이에 리틀빅픽처스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10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냥의 시간’ 해외 세일즈를 담당했던 콘텐츠판다가 이를 이중계약으로 규정, 국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줬고, 본안 소송 판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냥의 시간’ 해외 공개가 어렵게 됐다. 결국 넷플릭스는 한국을 포함, 공개 자체를 보류했다.

이번 합의로 ‘사냥의 시간’은 조만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사냥의 시간’은 영화 ‘파수꾼’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윤성현 감독의 신작이자, 한국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기대작이다. 배우 이제훈‧안재홍‧최우식‧박정민‧박해수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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