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당선된 이낙연 전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4·15 총선에서 당선된 이낙연 전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4·15 총선이 한국 정치사에 남을 초유의 결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정치인 테마주’가 그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관계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다시금 촉구되고 있다.

◇ 사상 초유의 총선… 그 뒤엔 ‘정치인 테마주’

지난 15일 거행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과 열기 속에 66.2%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총선 기준으로는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특히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일부 자가격리자가 이탈하는 일도 벌어졌지만, 대체로 질서정연하고 철저한 방역 속에 선거가 진행돼 외신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선거를 전후로 또 다시 나타난 ‘정치인 테마주’의 들쭉날쭉한 행보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4·15 총선 다음날이자 다시 일상이 시작된 지난 16일, 중견기업 남선알미늄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 거래일에 4,995원으로 마감했던 주가가 장중 한때 5,39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결국 4,475원으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주가가 10.4% 떨어진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3,300원대였던 남선알미늄 주가는 줄곧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왔다. 1월 중순엔 전 거래일 대비 20% 이상 주가가 급등했고, 3월 말부터 이어지던 상승세가 4월 초 전 거래일 대비 23%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선거를 일주일가량 앞둔 시기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4·15 총선 직후 가장 큰 폭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테마주’의 대표주자다. 눈길을 끄는 건 이낙연 전 총리가 총선에서 당선되고,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었음에도 남선알미늄의 주가는 오히려 급락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며 “해당 정치인의 행보와 기업이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남선알미늄이 ‘이낙연 테마주’로 꼽히는 배경도 석연치 않은 측면이 많다. 남선알미늄의 계열사인 삼환기업의 전 대표가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이라는 게 이유다.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은 지난해 11월 삼환기업 대표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남선알미늄은 계속해서 ‘이낙연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남았다.

‘이낙연 테마주’에 포함된 다른 기업들의 주가 행보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다른 기업과 달리 이내 급승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 직후 주가가 급락한 것 역시 같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총선 직후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뉴시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총선 직후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뉴시스

◇ ‘허상’에 몰려드는 돈

다른 주요 정치인 관련주도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위협받게 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테마주도 선거 직후 급락했다. ‘황교안 테마주’의 대표주자는 한창제지인데, 선거 다음날인 지난 16일 11%의 낙폭을 보였다. 한창제지가 ‘황교안 테마주’로 꼽히는 이유는 이 회사 회장이 황교안 전 대표와 대학 동문이고, 사외이사가 사업연수원 동기이기 때문이다.

앞선 총선과 달리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테마주는 그의 정치 복귀와 함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선거 직후엔 줄줄이 폭락을 면치 못했다. 야당의 대권주자 중 하나로 주목받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테마주 역시 그의 낙선과 함께 급락했다.

총선에 출마했거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윤석렬 검찰총장 테마주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테마주 역시 선거 직후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미래통합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테마주는 선거 다음날 장 초반 20%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주식시장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는 과거에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며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요인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누군가 챙긴 이익만큼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선거 등 주요 정치권 이슈에 발맞춰 정치인 테마주가 유별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여전히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때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떠돌거나 정치인을 활용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관계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요구된다”며 “아울러 개인투자자들이 더욱 주의할 수 있도록 보완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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