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오렌지주스 신제품인 ‘채움’을 판매한지 열흘 만에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남양유업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남양유업이 오렌지주스 신제품인 ‘채움’을 판매한지 열흘 만에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한 판매처로부터 일부 제품 용기의 팽창 문제를 지적하는 클레임이 접수돼서다. 남양유업은 내부조사를 한 결과, 관능 및 성상(사물의 성질과 상태)성의 일관성 면에서 내부 기준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판매중단 결정 전, 내부 유통조사 과정에서 은폐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아울러 한 소비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사실도 확인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오렌지주스 ‘채움’ 출시 열흘만에 판매 중단… 일부 제품서 팽창 포착

남양유업은 지난 11일 오렌지주스 ‘채움’의 판매를 중단하고 모든 제품을 회수조치했다. 제품 판매를 시작한 지 열흘만의 일이다. 이 제품은 충남 홍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남양유업 계열사인 ‘건강한 사람들’이 제조한 제품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지난해 말 남양F&B에서 상호를 바꾼 음료 제조사다. 

그런데 이 같은 결정 직전, 회사의 대처 과정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톱데일리>는 남양유업이 해당 제품의 용기 팽창에 대한 클레임이 접수되자 직원들을 동원해 문제가 의심되는 제품(‘채움’)을 대거 구매 한 뒤, 몰래 폐기 지시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해당 매체는 한 편의점 판매처에서 제품의 팽창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진열품을 전량구매해 테스트 후 자체 폐기하라는 지침이 담긴 내부 유통조사 지침서를 공개했다. 해당 유통조사 지침에는 개인카드나 현금으로 해당 제품을 구입한 뒤 영수증을 지참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매체에 따르면 직원들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판매처를 돌며 채움 제품을 구매했다. 

이에 회사 측에서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몰래 회수해 사건을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함께 매체는 회사가 유통조사를 하는 사이, 한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마신 뒤 피해를 봤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지난 9일 CU 편의점에서 채움을 사서 마신 후 복통에 시달렸다. A씨는 해당 음료를 마실 때 화학약품 같은 역한 냄새를 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구매한 다른 제품(‘채움’)에서도 비슷한 냄새가 났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측이 발 빠르게 판매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됐다. 

◇ 직원들 동원해 제품 수거 후 폐기 지시?…  남양유업 “은폐 시도 아냐, 조사 차원일 뿐”

하지만 남양유업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6일 한 편의점주가 진열된 제품의 용기 팽창 문제가 있다는 클레임을 제기했다”며 “본사에 접수된 클레임은 여러 건이 아니라, (편의점주) 1건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클레임 접수 후, 내부 검토 끝에 유통조사를 실시했다”며 “QA(Quality Assurance·품질보증)팀과 공장 직원들이 판매처를 돌면서 판매처에서 200~300개의 제품을 수거해 모니터링 했다. 이는 많은 샘플을 확보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몰래 제품을 수거하기 위한 목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품을 모두 몰래 회수하고자 했다면 더 많은 양을 수거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원들에게 개인카드와 현금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선 “반드시 현금이나 개인카드를 사용케 한 것은 아니다. 법인카드가 있는 직원들은 이를 사용하면 된다. 제한을 둔 것은 아니다. 법인카드가 없을 경우, 영수증 처리가 필요한 만큼 이를 안내해줬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번 판매중단 조치 배경에 대해선 “법적 규격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관능 및 성상성의 일관성 유지 면에서 내부 기준상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판매중단을 결정했다”며 “11일 판매중단 조치와 함께 관할청에도 이를 절차에 맞게 신고했다. 현재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의 관능 및 성상은 제품의 형태, 색깔, 맛, 냄새 등을 일컫는 표현이다. 

앞서 제기된 소비자 주장 건에 대해선 “내부엔 관련 민원에 접수되지 않아 정확한 사실 관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민원이 없다는 설명과 달리, 민원은 실제 존재했다. 다만 본사 차원에 접수된 민원이 아닌, 식약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접수된 건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 한 소비자가 식약처에 해당 제품과 관련해 민원 접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해당 민원 건은 홍성군청으로 이관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홍성군청 보건소 위생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제품이 팽창하고 내용물에서 화학약품 같은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민원이 접수됐다”며 “소비자로부터 미개봉 제품 2개, 개봉제품 1건을 받았다. 개봉된 제품에선 거품이 발생하고, 식초와 같은 시큼한 냄새가 나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개봉 제품은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소비자는 지난 9일 서울의 한 판매처에서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홍성군청 측은 지난 14일 제조사 공장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제조공정상 제품 변질을 일으킬만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성군청 보건소위생팀 관계자는 “문제의 제품과 동일한 날짜에 생산된 제품의 적합성 시험 성적 결과를 받아본 결과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제조공정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유통 공정상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제품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않거나 유통 과정에서 제품을 충격을 가할 경우, 제품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악재 꼬이는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그간 품질경영을 강조해온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신제품을 출시하자마자 품질 문제로 판매중단이 되면서 이같은 경영철학에 흠집이 불가피하게 됐다. /남양유업 홈페이지  

이번 민원 건은 공교롭게도 앞서 언론보도로 알려진 소비자 피해 사례와 유사했다. 남양유업 측은 동일 사례인지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관할청 조사팀에서 구체적인 민원 제기 내용과 민원인에 대한 신상 정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기에 파악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식약처 접수 민원 건의 경우, 조사 결과 제조상 문제는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선 남양유업의 내부 유통조사 과정에 대해 다소 이례적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통상 식품업계에선 제품에 대한 클레임이 제기됐을 경우, 문제의 제품을 수거한 뒤 제조공장에 보관된 동일 날짜 생산 제품을 비교하며 조사를 실시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동원해 수백 개에 달하는 제품을 수거하는 경우는 다소 일반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제품 불량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아울러 판매처로부터 클레임이 접수된 후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는 점도 의아함을 사고 있다. 남양유업은 6일 편의점주로부터 제품 용기 팽창에 대한 클레임을 접수받았다. 그런데 이틀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9일부터 10일 기간 동안 제품 수백 개를 유통조사 목적으로 회수했다. 클레임 접수 당시 곧바로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면, 9일 소비자가 이를 구매해 피해를 보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제품이다보니 보다 엄격하게 모니터링 조치에 나섰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남양유업은 거듭된 해명에도 논란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신제품을 출시하자마자 품질에 문제가 생겨 심란한 남양유업 입장에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남양유업은 실적 악화와 각종 구설수로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5% 가량 급감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갑질 논란과 식품 안전성 구설까지 잇따라 곤혹스런 상황이다. 이번 구설이 더욱 뼈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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