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과 지난달 30일에 걸쳐 남선알미늄 지분을 전액 처분해 18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뉴시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과 지난달 30일에 걸쳐 남선알미늄 지분을 전액 처분, 18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SM그룹과 우오현 회장이 총선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남선알미늄이 총선 승리를 주도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테마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 4·15 총선서 가장 주목받은 테마주 ‘남선알미늄’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대다수 정치인 테마주가 그렇듯 인과관계 실체는 뚜렷하지 않다.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이 남선알미늄의 계열사인 삼환기업의 대표로 재직했다는 것이 이유다. 당사자인 이계연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삼환기업에서 물러났지만, 이후에도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테마주’ 대표주자의 지위를 잃지 않았다.

이전부터 국내 정치 상황 및 이낙연 전 총리 행보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던 남선알미늄 주가는 총선 국면을 맞아 정점을 마주했다. 이낙연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을 뿐 아니라,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지역구에서 일찌감치 유리한 고지를 점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도 예상되면서 남선알미늄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변수도 이러한 행보를 가로막지 못했다.

이 같은 ‘정치인 테마주’는 선거 등 주요 정치 이슈와 맞물려 끊임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체가 불분명해 ‘폭탄 돌리기’라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지만, 이러한 현상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 놓치지 않은 타이밍… 우오현 회장 차익만 ‘180억’

이런 가운데,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SM그룹이 ‘이낙연 테마주’를 활용해 쏠쏠한 이익을 거머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다.

먼저 우오현 회장이다. 우오현 회장은 남선알미늄이 ‘이낙연 테마주’로 지목된 것과 맞물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승승장구한다는 탐탁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이 2018년 계열사 케이엘씨SM에 선장으로 채용된 것도 이러한 시선을 부추겼다.

이 같은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우오현 회장은 ‘이낙연 테마주’로 지목된 남선알미늄을 적극 활용했다. 1차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당시 남선알미늄 지분 4.42%(488만644주)를 보유 중이던 우오현 회장은 총 닷새에 걸쳐 남선알미늄 주식 250만644주를 장내매도했다. 처분단가는 4,080원~4,319원으로, 총 105억5,000여만원을 현금화했다.

당시 남선알미늄 주가는 ‘이낙연 테마주’ 효과로 급등한 상태였다. 4월 초까지만 해도 2,500원 안팎에 형성돼있던 주가가 6월 들어 4,000원대를 넘어 4,300원대까지 돌파했다. 우오현 회장이 남선알미늄 지분을 처분한 시점은 주가가 정점을 찍은 시기와 일치한다.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이낙연 전 총리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이낙연 전 총리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뿐만 아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우오현 회장의 2차 움직임이 나타났다. 우오현 회장은 총선을 약 2주 앞둔 지난달 30일, 남아있던 남선알미늄 지분 238만주를 모두 장내매도했다. 처분단가는 4,560원~4,800원이었으며, 총액은 110억8,600만원에 달했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남선알미늄 지분 매각을 통해 215억원이 넘는 현금을 거머쥔 것이다.

우오현 회장이 남선알미늄 주식을 처음 취득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남선알미늄이 대우라이프를 흡수합병했는데, 우오현 회장은 대우라이프 지분을 넘기고 남선알미늄 지분 4.47%를 받았다. 여기에 활용된 대우라이프 지분은 2006년 삼라그룹이 대우라이프를 인수할 때 취득했으며, 약 25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우오현 회장은 주식분할과 유상증자 참여로 지분을 늘렸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우오현 회장의 남선알미늄 지분 매입단가는 주당 약 607원 수준이며, 총 투입된 자금은 약 30억원으로 추산된다.

즉, 우오현 회장은 약 30억원을 들여 매입한 주식을 215억원에 매각한 셈이다. 차익이 무려 185억원에 달한다. 물론 14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이긴 하지만 상당한 차익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시세차익을 안겨준 결정적 요인은 ‘이낙연 테마주’ 효과였다. 남선알미늄 주가는 2013년까지 주당 600원을 밑돌거나 맴돌았고, 2년 전인 2018년 4월만 해도 1,100원 수준이었다. 이때 시세를 기준으로 하면, 우오현 회장의 남선알미늄 지분 가치는 53억원 가량이었고 시세차익도 20억원 수준 밖에 기대할 수 없었다.

남선알미늄 주가가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은 2018년 5월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을 삼환기업 대표로 선임하면서부터다. 이후 남선알미늄 주가는 줄곧 상승세를 이어갔고, 우오현 회장에게 215억원의 현금을 안겨줬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룹 차원에도 활발하게 나타났다. 남선알미늄 지분 4.43%(488만2,545주)를 보유 중이던 SM그룹 계열사 동아건설산업은 지난 6일 보유 주식 전량을 장내매도했다. 처분단가는 6,700원~7,970원이며 평균 7,400원이었다. 총액은 360억원에 달한다. 2016년 SM그룹에 인수된 동아건설산업은 2017년 6월 우방건설과의 합병 과정에서 남선알미늄 지분 3.62%를 52억8,000만원에 취득한 바 있으며, 2018년 7월 1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을 4.43%로 높였다. 불과 3년 만에 3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지분 매각은 선거 직전에도 거듭됐다. 남선알미늄 최대주주인 (주)삼라는 지난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622만2,283주를 장내매도해 352억원을 현금화했다. 2대주주인 에스엠하이플러스 역시 지난 13일 660만주를 장내매도해 328억원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지난해 6월부터 이번 4·15 총선 직전까지 우오현 회장 및 SM그룹 계열사가 남선알미늄 지분을 팔아 확보한 현금은 약 1,260억원에 달한다. 차익 또한 수백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동아건설산업 측은 “운용자금 확보를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거짓 내용을 퍼뜨려 주가를 조작했거나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사회적 우려 및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나쁜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기업 및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오현 회장과 계열사들이 매도한 주식은 대부분 개미투자자들에게로 향한다”며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주주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안겨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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