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사인 현대HCN(종합유선방송사업자)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유료방송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5위 사업자인 현대HCN을 누가 품느냐에 따라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는 만큼 통신사들은 인수전 참여를 놓고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 현대HCN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사인 현대HCN(종합유선방송사업자)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유료방송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5위 사업자인 현대HCN을 누가 품느냐에 따라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는 만큼 통신사들은 인수전 참여를 놓고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 현대HCN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현대HCN의 매각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통신사들의 셈법도 분주해지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5위 사업자인 현대HCN을 누가 품느냐에 따라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는 만큼 인수전 참여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통신사들은 대외적으로는 무관심한 척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정작 물밑에선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통신사들 ‘시큰둥?’… 매각 발표 후 물밑작업 적극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IPTV 사업을 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가 8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구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 31.31%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72% △SK텔레콤 계열(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03% 순이다. 앞서 케이블TV 업계 1, 2위인 CJ헬로와 티브로드를 각각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인수하면서 ‘1강(强) 2(中)’으로 재편됐다.

지난달 31일 매물로 나온 현대HCN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HCN의 경우 점유율이 4.07%에 불과하지만, 알짜 매물로 통하는데다 통신 3사 중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유료방송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일단 통신사들은 ‘관망’ 모드다. 대내외 상황 등의 이유를 들어 ‘현대HCN에 큰 관심이 없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확보’가 관건인 유료방송 사업에서 케이블TV 인수는 여전히 주요 과제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통신사들의 진의(眞意)로 보기 어렵다는 데 좀더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IB업계에선 복수의 통신업체가 현대HCN 매각 발표를 전후해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1·2위가 연달아 M&A되는 빅딜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물밑작업이라는 점에서 ‘유료방송 시장 재편 2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통신사들이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을 일종의 ‘전략’일 공산이 크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겉으론 무관심한 척하면서 매물의 몸값이 높아지는 것을 견제함과 동시에, 업계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시장점유율 확대 필요성 측면에서 M&A는 IPTV 사업자 모두에게 외면하기 어려운 전략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이전까지 점유율 3위에 머물렀던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를 품으며 단숨에 2위로 올라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 주도권이 IPTV 3사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몸집불리기를 위한 M&A 2라운드는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일종의 눈치싸움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의 M&A 사례들을 보더라도 ‘관심없다’던 곳에서 갑자기 인수전에 뛰어드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다. 하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는 척’만 하다가 매물을 빼앗길 수도 있는 만큼 통신사들의 실제 속내는 무척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료방송 시장 ‘빅뱅 2막’ 시작되나

현대백화점그룹이 현재 시점을 매각 적기로 보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치 않다. 이달 말이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하고, 이에 따라 통신 3사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HCN으로선 몸값을 높이기 좋은 시기인 셈이다.

‘공개입찰’이라는 매각 방식을 택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가격협상력을 높이고 매각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더불어 규제기관 허가 등을 고려했을 때도, 최소한 4월에는 물적 분할 및 매각 추진이 시작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HCN(4.07%)은 앞서 시장에 나온 딜라이브(6.1%) 보다 케이블TV 시장점유율이 낮지만 더 매력있는 매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우선 서울 강남권을 방송 권역으로 가진 만큼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이 다른 케이블TV에 비해 높다. IPTV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요소다.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현대HCN의 방송사업부문 매출은 2,764억원, 영업이익 387억원으로 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경쟁사(2.3%~9.1%)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다.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은 752억원이었다. 국내 케이블TV 사업자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 창출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조만간 현대HCN에 대한 경쟁입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 주간사로 참여해 관련된 업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백화점 측은 매각 절차와 관련, “통상적인 M&A절차에 맞추어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입찰프로세스를 벗어나 수의계약 등의 형태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입찰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현대HCN의 경쟁력 및 수익성을 고려할 때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매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진행과정에서 정부 인허가 문제로 매각이 불허 또는 지연되거나, 매각 조건 등이 주주가치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매각을 철회할 방침이다. 이 경우 자체적으로 △외부 투자 유치 △사업 제휴 △기술 협력 등의 방안을 통해 케이블TV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기존 현대HCN이 보유한 현금 4,000억원과 케이블TV 사업 매각 대금까지 활용해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이나 대형 M&A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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