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I코리아가 지난해 거센 일본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JTI코리아가 지난해 거센 일본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급속히 악화된 한일관계 속에 국내에서 확산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난처한 상황을 맞았던 JTI코리아가 흔들림 없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JTI코리아는 일본 담배 브랜드로 유명한 뫼비우스(구 마일드세븐), 세븐스타 등을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기업이다. 일본 국영기업이자 세계 3대 담배회사 중 하나인 JT(Japan Tabacco)를 최상위기업으로 두고 있다. JTI코리아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네덜란드 법인 ‘JT International Holding B.V.’인데, 이 회사는 다시 JT의 글로벌사업법인인 JTI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일본계 글로벌기업의 한국법인인 셈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JTI코리아는 ‘일본기업’이란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일관계가 악화될 때면 ‘일본 불매운동’ 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이 올린 것이다. 이는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국내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인 ‘노노재팬’ 운동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노노재팬’ 운동으로 일본에 뿌리를 둔 기업은 물론 일본과 관련 있는 기업 및 브랜드, 제품 등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 가운데, JTI코리아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야심차게 준비했던 신제품 출시 행사를 전격 취소한 것이다.

당시 JTI코리아는 군색한 해명 및 입장을 이어가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출시 행사 취소에 대해선 “흡연이 가능한 야외에서 행사를 준비했는데 비 예보가 있었다”고 밝혔고, ‘일본기업’이란 지적에 대해선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의 한국법인”이라고 해명했다. JTI코리아의 최대주주가 네덜란드 법인이고, 다시 이 기업을 지배하는 JTI가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JTI가 결국 일본 JT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점은 애써 외면했다.

한일 양국이 대립을 이어가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화되고,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도 적극 나서지 못하면서 JTI코리아는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JTI코리아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1,869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2018년 1,878억원에서 소폭 감소했으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영업이익 역시 2018년 57억원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진 않았다. 특히 담배 매출액으로 볼 수 있는 상품매출액 부문은 1,873억9,900만원에서 1,869억1,900만원으로 감소 폭이 5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처럼 흔들림 없는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JTI코리아를 향한 시선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들도 포착된다. 먼저 JTI코리아는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이는 최대주주 측의 자금회수로 해석할 수 있는 행보다. 2018년 350억원에 이어 지난해 150억원의 유상감자로 2년 새 총 500억원의 자본이 빠져나갔다.

또한 JTI코리아는 지난해에도 기부금 지출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까지만 해도 연간 1억원가량의 국내 기부금 지출이 있었지만 2017년부터는 뚝 끊긴 상황이다. JTI코리아는 기부금 대신 보다 실질적인 캠페인 활동 등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일본 불매운동 여파 속에 이마저도 중단됐다.

한편, <시사위크>는 일본 불매운동 속에서도 기존 매출액을 유지한 배경과 최대주주 측의 자금회수 움직임, 국내 기부금 등에 대해 문의하고자 JTI코리아 측에 접촉했으나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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