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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전략’ 통한 조현식-조현범, 진정성엔 ‘물음표’
‘반성문 전략’ 통한 조현식-조현범, 진정성엔 ‘물음표’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04.2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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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오너일가 3세 두 형제가 나란히 실형을 면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오너일가 3세 두 형제가 나란히 실형을 면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나란히 기소돼 위기를 마주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 3세 두 형제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실형을 면했다. 일찌감치 혐의를 인정하고 철저히 고개를 숙인 ‘반성문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반성문이 얼마만큼 진정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가시지 않는다.

◇ 10년 간 뒷돈 챙기고도 실형 면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지난 17일 나란히 선고공판을 마주했다. 동생인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11월 구속된 뒤 기소됐고, 이후 조현식 부회장도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먼저, 조현범 사장의 혐의는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것이었다. 무려 10년에 걸쳐 매달 받은 뒷돈은 총 6억원을 넘겼고, 계열사 자금 2억여원도 정기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받은 뒷돈을 숨기고 유흥비로 사용하기 위해 지인의 매형, 고급주점 여종업원의 아버지 등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이용한 점도 확인됐다.

아울러 조현식 부회장은 자신의 친누나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여원의 인건비를 지급한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조현식 부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조현범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조현범 사장은 6억1,500만원의 추징금도 더해졌다. 두 사람 모두 실형은 면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현범 사장에 대해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하면서도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범죄 금액을 모두 반환한 점, 피해자들이 선처를 구하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조현식 부회장에 대해서도 역시 반성하고 있는 점과 사실상 가족회사라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10년에 걸쳐 납품업체로부터 총 6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았다.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힌 그에게 1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뉴시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10년에 걸쳐 납품업체로부터 총 6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았다.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힌 그에게 1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뉴시스

◇ 연신 고개 숙인 두 형제

범죄기간과 수법 등에도 불구하고 두 형제가 실형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소위 ‘반성문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히며 선처를 호소했다.

지난 8일 결심공판에서 조현범 사장은 “매우 참담하고 참회하는 마음”이라며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죄를 인정하고 사죄드린다. 어리석은 욕심과 생각으로 많은 분들이 고통 받은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어떤 경영인으로 기억될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과거를 거울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조현식 부회장 역시 “희귀질환에 걸린 조카를 돕겠다는 생각이 앞섰다”며 반성의 뜻을 밝히는 한편 “이번 잘못을 거울삼아 법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현식 부회장은 결심공판 및 주요 계열사 정기 주주총회 앞두고 있던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주주들에게 반성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메시지에서 조현식 부회장은 그동안의 실적 부진은 물론 오너일가의 각종 논란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기업경쟁력 강화와 주주환원, 정도경영 등을 약속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 통렬히 반성한다는 실적으로 억대 상여금?

결과적으로 이들 두 형제의 구구절절한 반성문은 실형을 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반성문은 진정성에 대한 물음표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각각 15억7,000만원, 13억7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이는 국내 타이어업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두 사람은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상여금도 각각 2억8,400만원, 2억3,700만원 수령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현식 부회장에 대한 상여금 지급 배경에 대해 “연결매출액 약 6조8,833억원, 연결영업이익 약 5,440억원 등 계량적인 지표 측면에서 성과를 달성했다”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주회사로서 글로벌 7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 신규사업 추진을 통해 지속적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등의 사업성과를 고려해 경영성과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밝힌 조현범 사장에 대한 상여금 지급 배경 역시 이와 일치한다.

하지만 조현식 부회장은 앞서 주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회사의 2019년 경영실적은 매출 6조8,833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2% 감소한 5,440억원으로 부진했다”며 “과거의 성과에 도취돼 현실에 안주하고, 타이어산업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들이 상여금을 수령한 이유와 상충되는 내용의 반성문을 내놓은 셈이다.

또한 조현식 부회장은 해당 메시지에서 주주가지 제고를 약속하며 주주환원 정책 개선 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이에 대한 내용을 주주들과 적극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대주주 및 회사 측과 수년 째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 계열사 아트라스비엑스의 소액주주 측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자신들의 요구가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그러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일가와 사측은 과거와 다를 바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앞서 검찰 역시 이들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두 형제가 구구절절 반성의 입장을 밝힌 결심공판 검찰 측은 “형량을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자 조현범 사장은 “앞으로 제 행동을 보면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반성문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 그 진정성을 인정받게 될지, 그저 재판용 전략으로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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