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측 채권단이 회사의 연내 매각을 결정했다./뉴시스
한진중공업 측 채권단이 회사의 연내 매각을 결정했다./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한진중공업 채권단이 회사의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해 흑자전환과 자본잠식 해소 등 경영정상화가 이뤄졌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측은 한진중공업의 연내 매각 의지를 밝혔지만, 조선 부문의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채권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가 보유한 출자전환주식에 대해 공동매각(M&A)을 추진한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현재 한진중공업의 국내 주요 채권단은 지분 16.14%를 보유한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 10.84% △NH농협은행 10.14% △하나은행 8.9% △KB국민은행 7.09% △한국수출입은행 6.8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필리핀 현지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등을 합한 83.45%가 매각 대상이다.

이번 매각은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한 지 1년여 만에 이뤄졌다. 한진중공업은 2018년 불거진 수빅조선소발(發) 악재로 대규모 적자와 자본잠식에 빠졌고, 조남호 전 회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 당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진중공업의 채무 6,874억원의 출자전환에 나섰고, 60% 가량의 지분을 확보했다.

한진중공업은 채권단 관리 하에 지난해 대규모 반등에 성공했다. 2018년 1조2,8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062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영업이익 또한 83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채권단이 매각을 결정한 것 또한 흑자전환으로 인한 경영정상화가 이뤄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실적과 재무구조가 모두 안정됐고, 각 사업 부문의 수주와 부동산 등 핵심 자산의 매각도 이어지고 있다”며 “채권단 관리 하에 올해도 경영정상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를 낳는 대목도 있다. 주력 사업 부문인 건설부문과 조선부문의 실적이 차이를 보이고 있고, 회사 전체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대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주요 사업 부문 중 조선부문의 적자는 이어졌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의 건설부문은 8,330억원의 매출과 342억원의 영업이익 등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 반면 조선부문은 매출액 5,010억원을 기록했지만, 182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특히 조선부문은 2011년부터 10여년간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때문에 그간 한진중공업의 매각을 두고 건설부문과 조선부문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건설부문과 조선부문의 시너지가 크지 않고 두 사업 부문간 실적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채비율도 높은 수준이다. 한진중공업은 2018년 자산총계 2조,7336억원, 부채총계 3조4,418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후 지난해 2조원 가량의 부채를 덜어내며 자본잠식을 해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자산총계 또한 전년 대비 3,000억원 가량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중공업의 부채비율은 908%를 웃돈다. 자본잠식에 빠지기 직전인 2017년 부채비율 대비 280%p 가량 높은 비율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분리 매각 등 매각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정해진 바 없으며 공시된 것 외에는 별도로 확인된 것은 없다”며 “채권단 측은 연내 매각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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