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들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주기된 채 비행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 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들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주기된 채 비행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악화에 직면한 항공업계에 여러 지원 방안을 마련해 자금을 투입하는 가운데 기초지방자치단체도 항공사 지원에 동참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사들에게 정부 지원 외 항공기 재산세를 약 27억원 가량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재산세가 항공업계에 적잖은 부담을 주는 것을 지자체에서는 인지하고 있어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의 움직임이다. 대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의 항공기 121대가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이를 반기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향후 정부와 산업계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지원 적어 지자체 직접 나서… 항공기 재산세율 0.05%p↓

재산세율 인하는 지자체별로 차이를 보이긴 하나 인천 중구와 서울 강서구는 조례로 재산세율을 기존 0.3%에서 0.2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역산하면 약 16%를 인하하는 것이다. 지난해 100억원을 낸 경우 약 16∼17억원 정도 감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가 항공업계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고는 있으나 지원 금액이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적고, 속도가 더뎌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큰 금액은 아니라 항공업계 측에서는 한시적으로라도 항공기 재산세를 100% 전액 감면해줄 것을 정부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는 항공·호텔·백화점·면세점·여행·건설 등 7개 업종별 협회와 코로나19 산업계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항공·유통 등 서비스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자 지역밀착산업이다”며 중앙정부는 물론 국회, 지자체 차원에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회의에서 “모든 국적사 대상 항공기 재산세를 한시적으로 100% 감면해 달라”고 말하며 정부 차원의 항공산업 지원을 촉구했다.

김 총괄본부장은 “기업(항공사) 규모에 따른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후속 법 개정이 빨리 이뤄져야만 적시에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항공분야 발제를 맡은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항공산업은 구조적으로 고정비용이 높은데다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항공사가 많아 위기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유동성이 크게 부족해 정부지원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실제 항공업은 8대 항공사 및 연관산업의 GDP(국내총생산) 기여도가 약 60조원으로 국내 GDP의 3.1%를 차지한다. 직접고용 및 연관산업 포함 약 84만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는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항공업계의 항공기 재산세를 감면해주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이중혜택을 받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서울 강서구청 관계자는 이에 반박했다.

강서구청 세무과 관계자는 “국내법 상 항공기 재산세 감면 대상에 적용되는 항공기는 취득 후 5년 이내 항공기에 한정된다”며 “즉, 우리나라 LCC의 항공기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 기존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 지자체에서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항공업계가 힘든 상황을 알고는 있지만 현재 구청의 1년 예산으로는 해줄 수 있는 게 이 정도 뿐인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라 정부는 LCC에 대해서만 항공기 재산세를 50% 감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21년 말 일몰 예정이다.

사업보고서 기준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이 남녀 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왜곡된 자료라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각 사
항공업계가 항공기 재산세와 관련한 법을 손볼 필요가 있으며, 한시적으로라도 재산세 100% 감면을 요청했으나 정부 측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각 사

◇ 세계적 추세와 역행… 항공업계 “관련 법 손봐야” 주장했지만 묵묵부답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에 대한 재산세 감면 혜택은 지난 1987년부터 적용돼 항공산업 발전에 이바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당시 정부는 국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항공기 취득세와 재산세를 각각 100%와 50% 면제해줬다. 이는 지난 2016년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왔으나, 2017년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2017년 정부는 항공사의 항공기 취득세 감면율을 60%로 삭감했다. 재산세 50% 면제 혜택은 그대로 주어졌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8년 8월 항공기 세제혜택을 없애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을 입법예고하면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FSC 2개사는 2019년부터 재산세 감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행안부 측 관계자는 “국내 FSC가 이러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제경쟁력이 강화됐고, 국내 항공업계의 자생력도 제고돼 감면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방세 감면 혜택 축소 배경을 밝혔다.

이에 한국항공협회는 당시 “지방세 감면 종료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부담은 연간 약 356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신규 항공기 도입 차질과 해외 항공사 대비 비용경쟁력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공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행안부에 입장문을 제출했으나 법률 개정을 막지는 못했다.

항공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지난해 11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규제완화와 지원을 호소했으나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도 리스항공기 재산세, 항공부품 관세 등은 타국에 없는 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해외 다수의 국가는 항공업계에 대해 항공기 취득세와 재산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싱가포르 △대만 △태국이 있다. 미국은 콜로라도·플로리다·인디애나주 등에서는 취득·재산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루이지애나·오하이오·워싱턴·텍사스주 등은 개인용 항공기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며 사업용에는 세금을 면제한다. 일본은 재산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80~90% 감면된다.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한 항공기 세금 등의 문제는 정부 부처 간의 이견으로 어느 부처에서도 나서서 해결하려하지 않는데, 국토교통부가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지난 14일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업계가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을 감안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이 같은 절규에도 정부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국내 항공사들의 고심은 깊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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