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김태년(왼쪽부터), 정성호, 전해철 의원이 출마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김태년(왼쪽부터), 정성호, 전해철 의원이 출마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민주당은 27~28일 이틀 동안 후보 등록을 받고 다음 달 7일 경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민주당 경선은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던 의원들이 불출마를 결정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되면서 4선(21대 선수 기준) 김태년·정성호 의원과 3선 전해철 의원이 경쟁을 벌이는 ‘3파전’으로 압축됐다. 

김태년(경기 성남시수정구), 전해철(경기 안산시상록구갑) 의원의 경우는 친문 주류로 꼽힌다. 김 의원은 친문이면서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로 분류되고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 한명이다. 반면 정성호(경기 양주시) 의원은 계파 색이 옅은 비문 성향으로 평가 받는다.

이번에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임무가 부여돼 있다. 민주당은 이번 4‧15총선을 통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어선 180석을 획득했다. 새 원내 사령탑은 ‘거대 여당’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과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또 총선 이후 거대 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야당과도 소통하며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성과를 내야 2022년 3월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도 마련될 수 있다.

◇ 김태년 “일꾼”, 정성호 “통합”, 전해철 “협력”

‘일꾼 원내대표’를 내세우고 있는 김태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권 여당의 첫 번째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쌓았던 경험을 가장 큰 강점으로 부각시켰다.

김 의원은 28일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 들어 집권당의 첫 번째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당정청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정 과제를 직접 설계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초기 이행을 책임 있게 진행했던 경험이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라며 “경제 정책 전반을 다뤘고, 특히 혁신성장과 관련해서 직접 진두지휘했던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의원은 친문 후보들과 달리 무계파인 자신이 ‘합리적 실용주의’ ‘통합의 리더십’이라는 차별화된 장점을 갖고 있다며 원내대표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정 의원은 전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사심 없고, 계파 없고, 경험 많은 합리적 실용주의자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며 “나아가 국민 통합의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총선 결과에 대해 세대별 분열과 함께 지역적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거대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국론 분열을 치유하는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당정청 협력이 가능한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청와대와 소통하며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며 “여당이므로 당정청 관계를 잘해야 한다. 쓴소리를 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신뢰를 바탕으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실질적인 소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은 지금까지 쭉 해왔던 과정, 역사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다”며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후보는 제가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및 더불어시민당 당선인들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초선)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및 더불어시민당 당선인들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초선)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 원내대표 경선 최대 변수는 ‘초선’ 표심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 이전에 치러지는 만큼 시민당 당선인들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은 지역구 당선자 163명 가운데 초선 68명의 표심이 선거 결과를 가르는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초선 당선자들의 경우 후보들과의 관계나 성향 파악이 제대로 안돼 있어 명확한 속내 파악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친문 그룹에서 두 명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친문 표 분산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호 의원은 전날 기자들에게 “당정청의 원만한 소통도 중요하지만,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제가 장점이 있다”며 “초선들과 개인적 친분이 없는 것이 핸디캡”이라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은 <시사위크> 기자와 만나 “모든 분이 친문이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친문과 비문 구별은 의미가 없다”며 “초선은 아직 저와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그분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진보·개혁 성향의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와 재야 운동권 출신이 주축이 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표심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미래와 민평련에는 각각 30여명의 현역 의원이 소속해 있어 이들의 표심도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와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의중도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세 후보는 모두 이 전 총리와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이들에게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코로나19 국난 대처 방안, 21대 국회 우선 처리 의제 등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후보자들은 경선 레이스가 이제 막이 오른 만큼 아직 판세를 가늠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각 후보들은 의원들을 최대한 많이 접촉해 설득할 예정이며 특히 초선 당선자들을 집중 공략해 선거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태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판세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어떻게 원내를 이끌고 어떤 국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다선부터 초선 당선자들에게까지 정성을 들여서 설명을 드리고 마음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은 “제가 오늘 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에 이번 주말 정도까지 보면 의원들 표심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한 분이라도 더 만나서, 특히 이번에 당선된 분들을 찾아뵙고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