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왼쪽)·신동빈 형제의 갈등이 부친 사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뉴시스
신동주(왼쪽)·신동빈 형제의 갈등이 부친 사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롯데그룹 2세 두 형제의 갈등이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후에도 서로 힘을 모으기보단 반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대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갈등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 “신동빈 해임하라” 다시 칼 꺼낸 ‘형’ 신동주

지난달 28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동빈 이사 해임의 건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며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로서 롯데홀딩스의 기업지배구조 기능이 결여된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아 롯데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평판을 크게 훼손시켰다”며 “하지만 당사자를 비롯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에도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올해 4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및 롯데 구단의 구단주로 취임한 것은 기업의 준법 경영과 윤리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동주 회장의 주주제안서에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해임 안건 외에도 정관 변경의 건이 포함돼있다. 유죄 판결을 선고 받은 부적절한 인물이 이사로 취임할 수 없도록 ‘이사의 결격사유’를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이 역시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안건이다.

또한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 해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일본회사법 854조에 따라 법원에 신동빈 회장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 어느덧 5년… 요원한 골육상쟁 마침표

신동주 회장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한지 100일이 지나자마자 신동빈 회장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일본 롯데홀딩스 측에 제출했다. /뉴시스
신동주 회장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한지 100일이 지나자마자 신동빈 회장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일본 롯데홀딩스 측에 제출했다. /뉴시스

이로써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갈등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됐다.

이들의 갈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호탄은 일본 내 일부 계열사에서 신동주 회장이 전격 해임된 사건이었다. 이후 이들은 서로에 대한 해임과 폭로, 고소·고발로 점철된 골육상쟁의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후폭풍은 거셌다. 촌극이나 다름없는 연이은 갈등은 결과적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싸늘한 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롯데그룹과 2세 형제들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거센 비판을 마주해야 했다. 또한 오너일가 경영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 및 기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최순실 사태’까지 터지면서 신동빈 회장은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8년 2월, 뇌물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경영공백을 빚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갈등국면에서 매번 승리를 차지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핵심 중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늘 승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 조치를 무력화시키는가 하면, 구속된 상태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뉴 롯데’를 천명하고 지배구조 등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여론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처럼 수년에 걸친 ‘롯데그룹 형제의 난’의 승기가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운 가운데, 지난 1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화해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고 신격호 회장 사후 100일이 지나자마자 신동주 회장은 다시 공격태세로 전환했다. 신동주 회장이 이미 소송 제기 의사까지 밝힌 만큼, 6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동주 회장 측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경영 악화와 관련해 신동주 회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이번 주주제안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롯데그룹의 준법경영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신동주 회장은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해임된 후 지난 5년 간 수차례 주총에서 같은 안건을 제안하고 있지만 주주와 임직원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을 포함해 임원들은 급여까지 자발적으로 반납하며 난관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신동주 회장은 이러한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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