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제21대 총선일인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주먹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제21대 총선일인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주먹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합당이 이뤄질까. 4·15 총선이 마무리된 지 보름이 흐른 1일 양당의 공식적 합당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당은 총선 전까지만 해도 총선 후 합당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마자 합당을 머뭇거리는 이중적 모습에 당내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현역의원 및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합동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워크숍은 통합당 인사 참여 없이 한국당 소속 인사만으로 치뤘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초선 워크숍을 치른 것과 다른 풍경이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국당이 통합당 기반하에 전통적 야당의 취약지대에 정치영토를 넓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우리 모두 희망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원 대표는 통합당과의 합당에 대해서는 “의원, 당선인께서 모아주신 총의를 기초로 통합당의 지도체제가 수습되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한국당과 통합당의 통합시기, 방식, 절차 등을 소통하면서 협의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19석을 확보했다. 1석만 추가할 경우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한국당이 지역구 82석을 건진 통합당에 이어 제2의 야당 교섭단체를 꾸리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추천위원 추천권과 여당과의 선거법 재개정 협상 과정 등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교섭단체가 되면 정당보조금 확보와 국회 각 상임위원회 의원 비율에서도 유리하다. 따라서 한국당이 별도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21대 국회에서 180석 초거대정당으로 탈바꿈한 더불어민주당과의 샅바싸움을 견뎌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원 대표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합당 시기는 정무적으로 판단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21대 국회의 정치적 상황을 종합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양당은 선거 전까지만 해도 ‘총선 후 합당’을 약속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총선을 보름 앞두고 국회에서 연 나라살리기·경제살리기 공동선언식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총선 직후 합당해 21대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등 선거법 정상화, 공수처 악법 폐지 등 문재인 정권의 모든 악법을 폐기토록 강력한 원내 투쟁을 함께 전개한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도 원 대표는 합당 시기에 대해 “어느 때 만나는 게 가장 좋은지 판단해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1대 국회 개원이 다가온 가운데 한국당이 ‘정무적 판단’을 거론하며 통합당과의 합당에 미온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군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해운대갑에 출마해 3선을 달성한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통합당과 한국당의 조속한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 의원은 “통합당은 자매정당인 한국당을 만들면서 총선 후에 두 당을 통합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21대 국회 개원 전에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하나인 두 당이 원내협상에서 조금의 이득을 얻겠다고 별도의 교섭단체를 꾸리는 건 소탐대실”이라며 “통합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이런 꼼수정치와 결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눈 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통합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당은 영영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통합당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짊어진 황교안 전 대표의 사퇴로 심재철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다. 심 권한대행 등 통합당 임시 지도부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카드로 당을 수습하고자 했다. 그러나 심 권한대행은 비대위 임기 확보를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등 역풍을 맞고 당의 진로를 이달 초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원 대표는 ‘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들어설 때’를 합당 논의의 전제로 두며 최대한 시간을 버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가 들어서도 합당 논의가 진척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통합당-한국당 합당에 대해 “합칠 수도 있고, 합치지 않고 갈 수도 있지만 명목상 (한국당이) 정당인 것만은 틀림 없다”며 “제가 보기엔 빨리 합친다고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합당은 총선 전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새 지도부와 관계 없이 ‘디폴트 값’으로 설정해두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면 바로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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