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국토교통부가 정부정책을 좀더 효율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특정 유튜버에게 동영상 제작을 의뢰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사진은 논란 이후 지난 4일 국토부가 교체한 영상 섬네일. / 국토교통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정부정책을 좀더 효율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특정 유튜버에게 동영상 제작을 의뢰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동영상 내용이 당초 기획취지와는 사뭇 다르게 구성된데다, 검수과정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섬네일(견본 이미지)을 수정하는 촌극을 빚은 것. 국토부 측은 해당 유튜버와 협업 제작을 계획한 영상에 대해 모두 중단을 결정했지만, 소위 ‘국뽕’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이번 해프닝에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 ‘택배종사자 보호 정책’ 홍보… 4분30초 영상엔 30초만 관련 내용 다뤄져

취재한 바에 따르면 당초 국토부는 ‘택배종사자 보호 정책’을 주제로 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할 계획이었다. 다만 동영상 제작은 전문업체가 아닌, 특정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유튜버(이하 A)에게 맡기기로 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국토부가 설계(구성)하고, 화면 등 동영상 제작은 A가 담당하는 협업 방식을 택한 것이다.

국토부는 A와 협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A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국토부 홍보 정책 중 하나인  ‘스마트도시기술과 방역의 관계’를 소재로 한 자료영상이 선제적으로 수집, 게재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독자 수도 40만명 이상에 달하는데다, 상대적으로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함께 협업할 경우 향후 정책 홍보의 파트너로서 부합하다고 판단해 A를 선택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지난달 28일 국토부가 운영 중인 공식 유튜브 채널에 ‘세계 최강 온라인 물류 시스템으로 사재기 없다!’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됐다. 

그런데, 총 4분10초 분량의 영상 중 정작 국토부가 홍보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택배종사자 보호 정책’)를 다룬 분량은 약 30초(2분30초∼3분 사이)에 불과했다. 나머지 내용은 ‘택배종사자 보호 정책’과는 무관한 ‘사재기’ 관련 내용이 담겼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지는데 한국은 이상하게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점에 대한 내용이 다뤄진 것이다. 물론 외신들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대처에 칭찬을 쏟아내긴 했지만, 영상이 ‘택배종사자 보호 정책’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재기 없는 한국’을 다룬 점은 제작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초 국토부가 알리고자 했던 바와 다른 ‘사재기 없는 한국, 왜?’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영상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면서 다수의 유튜브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A의 유튜버 채널에 ‘한국’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영상이 다수이고, ‘애국’이나 ‘한류열풍’ ‘케이팝(K-POP)’ 등과 관련된 영상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국토부가 의도적으로 특정 정치성향의 유튜버와 협업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시청자는 “국토부가 국뽕을 주입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합성어로, 과도한 애국심이나 국수주의를 빗댄 신조어다. 

게다가 A가 운영하는 채널은 개설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영상 업로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는 지난해 국내에서 ‘노 재팬’ ‘보이콧 재팬’이라는 반일 불매운동이 일어난 시점부터다. 

◇ 국토부 “문제점 인지, 협업 계획한 영상제작 모두 중단”

이와 관련해 국토부 측은 실수를 인정했다. 또한 논란이 일자 지난 4일 오전 영상을 잠시 비공개처리 해 섬네일을 교체한 후 다시 공개했다.

국토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유튜버 A에 대해 검증이 우선시 됐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미흡했고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라며 “여러 유튜브 채널 영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인사도 있어 이를 수렴해 이후 A와 함께 협업 제작을 계획한 영상에 대해선 모두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작 취지가 있는 만큼 비판을 감수하면서 이번 영상은 내리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다음부터 이러한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정부기관이 정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유튜버와 협업을 할 수는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정부기관의 홍보물 제작비용에는 국민 세금이 쓰이는데, 이런 경우 방송사에서 출연자들을 검증하듯이 국토부에서 협업을 하는 유튜버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증을 거쳐 극우나 극좌 등 특정 정치적 편향성을 띄는 채널은 신중하게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의 내용이 주제와 엇나가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자칫 국민 세금을 사용해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유튜버들을 밀어주고 키워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채널은 정부에서 지양해야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홍보영상 제작비용과 관련해서는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통상적으로 5분 내외 영상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 정도가 소요됐으며, 조회수에 따른 수익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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