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회의실에 관계자가 기존 현수막을 제거하고 "국민의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시작하겠습니다"는 배경현수막으로 교체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회의실에 관계자가 기존 현수막을 제거하고 "국민의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는 배경 현수막으로 교체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오는 8일 예정된 미래통합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4·15 총선 참패 이후 위기에 처한 당의 진로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일 현재까지 원내대표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고, 향후 지도체제에 대해 당론을 모은 것도 아니어서 당내에서 조차 판세 예측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원내대표 경선을 4일 앞둔 이날까지 출사표를 낸 통합당 인사는 김태흠(3선·충남 보령서천), 이명수(4선·충남 아산갑),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의원 등 3명이다.

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기회를 주시면 당의 활로를 찾아내고 거대여당에 당당히 맞서 이겨내겠다”며 통합당을 강한 야당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 민심의 거대한 흐름 무시, 당의 이념 좌표설정 부재와 내부 분열 및 갈등 등을 꼽았다.

김태흠 의원은 전날(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 선언했다. 김 의원은 “우리에겐 관리자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할 개척자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당을 변화시키고 우파 정권 창출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제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명수 의원은 3인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총선의 본질적 패배 원인은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시대변화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소모적이고 적대적인 이념 대결을 벗어나 합리적인 정책을 갖고 국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원내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3인 외 거론되는 후보로는 권영세·조해진 당선인 등이 있다. 후보등록은 오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다. 등록일을 전후해 후보군이 확정되면 바로 경선에 들어간다.

새 원내대표의 당면 과제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 논란과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통합,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 등이 있다. 당의 앞날이 걸린 김종인 비대위 전환 문제는 새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골치 아픈 숙제 중 하나다.

앞서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달 말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연달아 열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매듭짓고자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심 권한대행은 상임전국위에서 차기 전당대회를 8월 31일로 명시한 당헌 개정을 시도, 비대위 임기를 충분히 확보하고자 했지만 정작 의결 정족수가 미달되면서 무산됐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4개월 임기의 비대위는 사실상 고사한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 측은 비대위 임기로 약 1년 정도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 측의 요구를 받기 위해서는 전당대회 연기가 필수지만, 자강론을 내세우는 당내 일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김종인 비대위를 둘러싼 당내 이견이 첨예한 만큼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의 입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명수·김태흠 의원은 자강을, 주호영 의원의 경우 김종인 비대위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원내대표 경선 직후 당선자 총회를 거쳐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것에는 3명의 후보 의원 모두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어떤 입장을 가진 원내대표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인지,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인지 당의 진로가 어느 정도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당에 초선 의원들이 대거 진입한 만큼, 이들의 표심이 원내대표 경선의 저울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당의 21대 초선 의원은 지역구 당선자 84명 중 40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체 56명에 달하는 영남권 당선인들도 변수다.

그러나 통합당은 선거 이후 당론을 모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통합당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당선자 총회를 처음 가졌고, 심 권한대행 체제에서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논의했지만 찬반으로 갈려 격론만 오갔다.

이후 통합당은 새 원내사령탑 체제에서 김종인 비대위를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선인들이 현재 어느 정도 추려진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들의 입장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마땅한 자리도 없었다. 따라서 각 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경선을 판가름할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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