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은 지난해 적자 실적을 내면서 실적 관리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 /ABL생명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내 보험업황에 찬바람이 불면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해 수익이 대폭 감소하거나 손실이 대거 발생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옛 안방보험)의 한국 자회사인 ABL생명도 그 중 하나다. ABL생명은 지난해 적자 실적을 냈다. 

◇ 금리 하락 기조에 수익 털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BL생명은 지난해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19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실적이다. ABL생명은 “금리 하락으로 인한 변액보증준비금 증가 등에 따라 이익이 줄었다”고 전했다. 

영업이익율과 총자산수익율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ABL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율은 -0.10%, 총자산수익률은 -0.01%를 각각 기록했다. 자기자본수익률은 -0.36%로 나타났다. 운용자산 이익률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 이익율은 3.82%로 전년 동기(3.95%) 대비 0.13% 포인트 떨어졌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58.25%로 전년 동기(287.23%)보다 -28.98% 포인트 하락했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한 번에 지급할 수 있는 돈이 마련돼 있는지 나타내는 평가 지표다. 당국은 RBC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BL생명의 RBC 비율은 안정권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하락세를 보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ABL생명의 내부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분위기다. ABL생명이 적자 실적을 낸 것은 2년만이다. 

ABL생명은 2016년 말 대주주가 독일 알리안츠에서 중국 안방그룹홀딩스로 바뀐 곳이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한국 자회사의 적자가 심화되자 안방보험그룹에 회사를 매각한 바 있다. 이후 대주주 교체에 따라 2017년 8월 사명이 알리안츠생명에서 ABL생명으로 변경됐다.  

중국 대주주로부터 자본 수혈을 받은 ABL생명은 사명 교체 첫해, 오랜 부진을 털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ABL생명은 2017년 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016년 2,533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대주주의 자본 확충을 바탕으로 운용자산을 늘리고 저축성 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해 외형을 불리면서 이익이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작년 적자로 흑자 경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 배경엔 업황 난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는 금리 하락으로 지난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ABL생명의 경우, 대주주 리스크 문제까지 경험하게 돼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평가됐다. 

◇ 수년째 매각설 골치… 수익 부진 ‘엎친 데 덮친 격’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중국 은보감회)는 2018년 2월부터 2년간 안방보험에 대한 위탁경영을 실시했다. 이는 안방보험그룹 설립자인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의 경제 범죄 혐의가 드러난 데 따른 조치였다. 중국 당국은 안방보험의 불법 경영 탓에 부채상환 능력이 우려가 된다는 이유로 경영권을 접수했다. 이후 중국 보험당국은 안방보험 자산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안방보험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ABL생명과 동양생명은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7월 중국 은보감회는 안방그룹의 주요 우량 자산을 분할해 다자보험그룹을 설립해 보험 업무를 유지하게 했다. ABL생명과 동양생명은 다자보험그룹 소속으로 재편됐다. ABL생명의 지분 100%는 다자생명(옛 안방생명)의 자회사인 안방그룹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중국 은보감회의 위탁 경영은 지난 2월부로 종료됐다. 다자보험그룹은 당분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현 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여전히 업계에선 두 회사의 매각 가능성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다자보험그룹이 적절한 투자자를 찾는다면 언제든지 매각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두 한국 자회사의 작년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동양생명의 작년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반면, ABL생명은 적자를 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ABL생명 경영진의 고민이 깊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회사의 매각설이 수년째 지속되는 등 뒤숭숭한 가운데 실적마저 고꾸라져 이래저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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