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인 상생방안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곧이어 불거진 경쟁사에 대한 악성댓글 논란으로 또 다시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됐다. /뉴시스
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인 상생방안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곧이어 불거진 경쟁사에 대한 악성댓글 논란으로 또 다시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던 ‘대리점 갑질’ 사건을 상생방안으로 간신히 매듭짓는 듯 했던 남양유업이 이번엔 경쟁사에 대한 악성댓글 논란에 휩싸였다. 바람 잘 날 없는 논란 속에 남양유업을 둘러싼 싸늘한 여론은 회복불능 지경에 이르고 있다.

◇ 대리점과 이익공유… 남양유업의 전향적 개선안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대리점 갑질 사건과 관련해 남양유업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문제를 일으킨 기업이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는 대신 자발적 개선안을 마련해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수년간 대리점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남양유업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이에 남양유업은 지난해 7월 자발적으로 대리점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상생을 추구하겠다며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됐으며, 이날 최종 방안이 확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향후 5년간 대리점의 단체구성권을 보장하고, 중요 거래조건 변경 시 개별 대리점 및 대리점 단체와 사전협의를 강화하며, 영업이익 일부를 대리점과 공유하게 된다.

특히 영업이익의 일부를 대리점과 공유하는 것은 대리점 업계 최초의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남양유업은 농협 위탁거래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5%를 대리점과 공유하게 되며, 업황이 악화되더라도 농협 위탁거래에 따른 영업이익 중 최소 1억원의 공유를 보장할 방침이다.

또한 남양유업은 대리점이 ‘을’의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단체구성권을 보장할 뿐 아니라, 대리점단체에 매달 200만원의 활동비도 지급한다.

남양유업이 거듭 일으켰던 대리점 갑질 논란을 돌이켜보면, 이번 동의의결안 내용은 상당히 전향적이다. 갑질로 대표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자하는 남양유업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처음 대리점 갑질 논란이 불어지면서 불매운동의 거센 후폭풍을 마주한 바 있다. 우리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갑질 문제의 원조 격인 기업으로, 당시 남양유업의 행태는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관련 대책을 마련했던 남양유업은 2016년 또 다시 대리점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인하해 재차 논란에 휩싸였다.

그 사이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점점 더 굳어졌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일상 속에서 이어가는 소비자가 여전히 적지 않은 상황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이 온라인상에 경쟁사에 대한 비방글 및 악성댓글을 남긴 혐의로 입건됐다. /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이 온라인상에 경쟁사에 대한 비방글 및 악성댓글을 남긴 혐의로 입건됐다. /뉴시스

◇ ‘갑질’ 이미지 벗어나나 했더니… 경쟁사 향한 ‘악성댓글’ 또 논란

하지만 남양유업의 이러한 의지는 때마침 불거진 또 다른 사건으로 무색해지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최근 경쟁사에 대한 비방 내용을 담은 글과 악성댓글을 온라인상에 남긴 혐의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입건된 홍원식 회장과 남양유업 측 관계자들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남양유업 본사와 홍보대행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남양유업의 경쟁사 비방 행태는 충격을 금치 못하게 한다. 맘카페 등에 매일유업 납품 목장이 원전 근처에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이라거나 매일유업 제품에서 쇠 맛이 난다는 등의 악의적 비방은 물론, 매일유업 제품을 아이에게 먹인 것을 후회한다는 등의 여론 조작 내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남양유업의 이러한 행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양유업은 앞서 2009년과 2013년에도 매일유업에 대한 온라인 비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은 공정위가 남양유업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지은 6일 MBC의 단독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남양유업이 공들여 마련한 동의의결안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논란이 일자 남양유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위치해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며 또 다시 경쟁사를 비방하는 군색한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갑질기업’ 이미지를 벗고자 했던 남양유업은 이제 ‘악플기업’, ‘댓글부대기업’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기업 이미지 회복은 물론 소비자 신뢰 회복도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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