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2020년 드라마 흥행의 중심엔 ‘신인작가’들의 ‘입봉작’이 있다. 스타작가들만이 흥행작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선입견을 깨고, 최근 신인작가들의 손에서 줄줄이 웰메이드 작품들이 탄생하고 있다. 신인작가 덕분에 방송사가 웃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자, 신인작가들의 입봉작들을 간과해선 안되는 배경이다.

신인작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굿캐스팅' / SBS 제공
신인작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굿캐스팅' / SBS 제공

◇ ‘스토브리그’부터 ‘굿캐스팅’까지 … ‘신인작가’의 힘

지난 2월 종영한 화제의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이신화 신인작가의 입봉작이자, 이신화 작가를 단번에 스타작가로 거듭나게 만든 작품이다.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프로 야구 꼴찌팀 ‘드림즈’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프런트 시선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얻었다. 마지막회 시청률 19.1%(이하 ‘닐슨코리아’)를 달성,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제대로 ‘홈런’을 터뜨린 ‘스토브리그’다. 

무엇보다 ‘스토브리그’가 이례적으로 스포츠 드라마로서 흥행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빈틈 없는 스토리의 공이 크다. 지금껏 조명된 적 없던 ‘프로야구 프런트의 세계’라는 신선한 소재와 국내 드라마에서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로맨스에 일절 의존하지 않고 프로야구에 녹아있는 적폐들을 타파하는 과정들을 시원시원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그 자체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나 ‘스토브리그’는 야구팬들의 감정이입을 자아낼 정도로 현실적인 요소들을 작품 곳곳에 배치해 몰입도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신화 작가는 SK 와이번스 등 실존 프로 야구팀들에 대한 오랜 기간 취재를 토대로 작품을 집필했고, 이는 고스란히 드라마 작품성에 반영됐다. 

'스토브리그'로 성공적인 작가 데뷔를 치른 이신화 작가 / SBS 제공
'스토브리그'로 성공적인 작가 데뷔를 치른 이신화 작가 / SBS 제공

이와 관련 ‘스토브리그’ 종영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이신화 작가는 “야구인분들이 저희 취재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 한편, 대본이 완전 현실과 똑같지 않고 어느 정도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야구인분들께선 굉장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서 봐주셨다. 그게 되게 감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신인작가 입봉작의 흥행 사례는 비단 ‘스토브리그’ 뿐만이 아니다. ‘스토브리그’ 후속작 ‘하이에나’ 역시 김루리 신인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김루리 작가는 2013년 SBS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신예다. 

지난달 종영한 ‘하이에나’는 일도 사랑도 싸움도 치열하고도 열심히 하는 두 변호사 정금자(김혜수 분)와 윤희재(주지훈 분)의 통통 튀는 ‘티키타카’를 입체적으로 살려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정금자’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남자에 끌려 다니지 않는, 드라마에서 그려진 여성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김혜수 인생 캐릭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에나’는 시청률 10.3%로 시작해 14.6%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또한 김은향 신인작가의 ‘아무도 모른다’가 섬세한 감성으로 시청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으며, 박지하 신인작가의 ‘굿 캐스팅’이 현재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방영 중에 있다. 이로써 SBS는 신인작가들 덕분에 ‘드라마 왕국’ 타이틀을 굳히게 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호평세례를 얻었던 tvN '블랙독' / tvN '블랙독' 공식 홈페이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호평세례를 얻었던 tvN '블랙독' / tvN '블랙독' 공식 홈페이지

이외에도 지난 2월 종영한 tvN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 고하늘(서현진 분)이 진학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아내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의 현실성엔 박주연 신인작가가 3년간 기간제 교사로 교직에 몸담았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 드라마 시장, 신인작가를 잡아라!

시청자들의 질을 우선시하는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는 신인작가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본인들의 전작을 모방하는 경향을 보이는 스타작가들과는 달리 신인작가들의 작품은 신선하면서도 최근 콘텐츠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예배우들의 작품들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대표 스타작가 김은숙의 신작 ‘더 킹: 영원의 군주’는 그의 전작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와 판타지가 혼합된 설정에 흡입력이 다소 떨어지는 스토리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 시장에서는 신인 작가들을 사수하기 위한 노력들이 엿보이고 있다.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2020 신진작가 데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에이스토리 제공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2020 신진작가 데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에이스토리 제공

먼저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2020 신진 작가 데뷔 프로그램’을 진행, 신인작가 육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에이스토리에 따르면 ‘2020 신진 작가 데뷔 프로그램’은 8개월간 현직 작가, 감독, 프로듀서의 멘토링과의 강의로 데뷔를 돕는 프로그램으로, 신인은 물론 데뷔작을 내지 못한 기성 작가도 지원 가능하다. 

에이스토리는 2004년 설립돼, 16년간 30여개의 작품을 제작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리즈를 비롯해 △‘백일의 낭군님’(2018) △‘우리가 만난 기적’(2018) △‘시그널’(2016) △‘최고다 이순신’(2013) 등 다수 히트작을 배출해냈다. 

이상백 대표는 “‘킹덤’을 통해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참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가를 발굴, 에이스토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스토리움(http://storyum.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CJ ENM은 CJ문화재단, 드라마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창작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오펜’(O’PEN) 사회공헌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신인 창작자들에게 데뷔 기회를 제공해 신인 창작자 수급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오펜’에 신청해 최종 선발된 작가들에게는 △창작지원금 △국내 유수 연출자 멘토링 및 전문가 특강 △교도소, 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같은 현장 취재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신인 작가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창작 공간 또한 지원되며, 매년 tvN은 ‘tvN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신인 드라마 작가 10인의 단막극을 방영 중에 있다.

신인작가의 덕을 톡톡히 본 SBS는 어떨까. SBS 자회사인 ‘(주) 스튜디오 S’ 드라마 기획팀 송경화 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SBS는 오래 전부터 신인작가를 키우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극본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 간 합평회를 거쳐 괄목할 만한 작가들을 선정해 1년 정도 기획 및 개발 지원금을 월급 형태로 지급하는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잘 뽑힌 대본은 ON AIR로 기획 프로듀서와 밀착해 방송으로 진행되는 데, ‘VIP’가 창작지원프로그램의 첫 성공적 사례”라며 “신인 작가들과 아이템 선정부터 모니터링, 수정까지 밀착해 진행하다보니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화 팀장은 신인작가들이 지닌 ‘신선함’을 이들의 흥행 이유로 꼽았다. 송 팀장은 “시청자들이 신선한 소재와 색다른 구성에 대한 높은 니즈를 보이고 있다. 또한 기성작가들이 공식처럼 생각했던 틀에서 벗어난 신인작가들의 참신한 노력들이 시청자들에게 어필이 되고 있는 추세”라며 “‘스토브리그’ ‘아무도 모른다’ ‘굿캐스팅’ 등 작품마다 색깔이 다 다르다. 신인작가들이 시도하려는 노력들에 시청자들이 잘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 4월 1일 SBS는 자회사인 '더스토리웍스(주)'를 '(주) 스튜디오S'로 사명을 변경하고 명실상부 최고의 드라마 스튜디오의 탄생을 예고했다. /  SBS 제공
지난 4월 1일 SBS는 자회사인 '더스토리웍스(주)'를 '(주) 스튜디오S'로 사명을 변경하고 명실상부 최고의 드라마 스튜디오의 탄생을 예고했다. / SBS 제공

지난 4월 SBS는 자회사인 ‘더스토리웍스(주)’를 ‘(주) 스튜디오 S’로 사명을 변경하고,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드라마 스튜디오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스튜디오 S’에는 기획, 캐스팅부터 연출, 제작, 마케팅, 뉴미디어, 부가 사업 등 드라마 제작부터 수익 창출까지 모든 과정이 내재돼 있다. 특히 ‘스튜디오 S’는 최고의 연출진과 작가 라인업을 확보, 이 과정에서 ‘VIP’ 차해원 작가, ‘하이에나’ 김루리 작가, ‘아무도 모른다’ 김은향 작가 등 좋은 첫 성과를 보였던 신인작가들이 대거 합류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신인작가 작품들의 흥행 행보는 시청자들의 작품성 위주의 소비 패턴이 반영된 만큼, ‘스타작가’ 타이틀을 지닌 기성 작가들만이 아닌 실력이 있다면 누구나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사인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러한 흐름은 전반적인 국내 드라마의 퀼리티 향상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인’이 지닌 참신함과 열정으로 안방극증을 휘어잡고 있는 ‘신인작가’들. 이들이 남은 2020년 안방극장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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