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회관 현관 캐노피에 올라가 형제복지원 사건 등에 대한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최승우 씨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국회 농성을 중단하고 캐노피에서 내려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의원회관 현관 캐노피에 올라가 형제복지원 사건 등에 대한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최승우 씨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국회 농성을 중단하고 캐노피에서 내려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여야는 7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과거사법)’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수년간 국회에 잠들어 있던 과거사법의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진 셈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이채익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후 과거사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와 면담한 뒤 20대 국회 종료 전 과거사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했다. 여야 합의는 김무성 통합당 의원의 중재로 이뤄졌다.

지난 5일 최씨가 국회 의원회관 출입구 지붕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연일 과거사법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씨는 2년여 넘게 국회 앞에서 과거사법 본회의 통과를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여왔다. 그러나 20대 국회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과거사법’ 처리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의당은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형제복지원 사태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가 되었다”며 “그럼에도 진상규명과 회복 방안 마련이 전무한 이 상황은 부정의가 아니면 무엇이겠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민생당 의원들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진선미‧박주민‧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장정숙 민생당 의원은 전날(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에서 과거사법 통과를 호소했다. 이들 외에도 민주당‧민생당‧정의당 의원 26명이 뜻을 모았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대표는 “며칠만 기다리면 되겠지, 몇 달만 기다리면 되겠지 하다가 어느새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로 흘러왔고 법안은 폐기 직전이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와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법 처리를 촉구했다. 홍 의원은 “고령으로 인해서 피해자들은 유명을 달리한 분이 한 두 분이 아니다”며 “빨리 과거사위 활동을 재개해 피해자‧가해자 진술을 모아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책임을 묻고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법은 지난 2005년 처음 제정됐다. 반민주‧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 유린 사건을 조사한다는 목적에서다. 법이 제정되고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해 활동을 해왔으나 2010년 기간 만료에 따라 해산됐다. 이에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사건 등은 해결되지 못했다.

2013년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은 7년째 국회에 묻혀있었다. 지난해 10월 행안위를 통과한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을 배제한 채 처리된 탓이다.

하지만 이날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면서 본회의 처리까지 순풍을 탈 전망이다. 홍익표 의원은 이날 합의 이후 기자들을 만나 “내용적인 면은 이미 지난 3월에 합의했다”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채익 의원은 “과거사법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꼭 이른 시일 내 본회의를 통과해서 가슴 아픈 여러 과거사 상처가 아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여야가 새 원내지도부 구성 이후로 공을 넘긴 만큼 새 지도부가 속도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날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고, 통합당은 내일(8일)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가 끝나는 15일까지 법안 처리를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상 여유가 많지 않은 셈이다.

여야가 처리할 합의안은 통합당의 요구를 수용해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구성을 기존 15명(대통령 지명 4명‧국회 추천 8명‧대법원장 지명 3명)에서 9명(대통령 지명 1명‧국회 추천 8명)으로 축소했다. 아울러 조사기간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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