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다양한 분야 첨단산업의 원천기술 경쟁력 혁신에 기여할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부지로  충청북도 청주시 오창읍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충북도와 청주시에는 막대한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충청북도청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방사광 가속기’ 유치전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최종 후보지 중 하나였던 전남 나주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충북 청주가 투자비용 약 1조원 규모의 방사광 가속기 유치 사업 부지로 결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8일 다양한 분야 첨단산업의 원천기술 경쟁력 혁신에 기여할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부지로 충청북도 청주시 오창읍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최근 전략 원천기술 경쟁력의 신속한 확보 필요성과 첨단산업분야에서 활용성이 높은 대형 방사광 가속기 인프라 확충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추진됐다. 

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 3월 24일 심의회의에서 신규 방사광 가속기 구축 내용이 포함된 ‘대형 가속기 장기로드맵 및 운영전략’이 확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방사광 가속기의 부지 선정을 산업수요 충족 및 국가 과학기술경쟁력 강화라는 구축 취지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다.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충북도 청주시를 지리적 여건, 발전 가능성 분야에서 타 지역대비 우수한 평가를 매겨 방사광 가속기의 최적 부지로 선정했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청북도 청주시 건립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빛 공장’ 방사광 가속기, 반도체부터 신약까지 ‘첨단 산업’의 핵심

방사광 가속기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전자를 전자석을 이용해 휘게해 방사광을 발생시키는 첨단연구시설이다. 이때 방사되는 빛은 적외선에서 X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연구 시 필요에 따라 적정파장의 빛을 분광한 후 실험에 활용할 수 있다. 

‘빛 공장’이라고 불리는 방사광 가속기는 원자와 분자 수준에 이르는 미세한 물질 구조를 규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나노 소재의 ‘물성(물질의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역학적, 열적 성질 등을 일컫는 용어)’ 변화까지 확인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제품 등의 생산 수율을 높이는데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방사광 가속기가 설치된 주변 지역에 연관 기업 및 연구소들이 밀집해 ‘사이언스 파크’를 형성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연간 1,000시간 이상 방사광 가속기를 가동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나노 입자는 태양전지, 바이오센서,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나노 입자의 결정구조를 알아내는 것이 해당 사업에서 중요한데, 이때 방사광 가속기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방사광 가속기는 단백질 구조, 세포분열과정 등의 확인도 가능해 생명공학과 신약 개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이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등 우리에게 익숙한 약품 개발에 방사광 가속기가 이용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방사광 가속기는 경우 지난 1994년 12월 포항공대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준공된 25억eV규모의 3세대 방사광 가속기다. 또한 2016년 9월에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준공됐다. 3세대 방사광 가속기와 마찬가지로 포항에 준공됐다. 이번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준공되고 나면 우리나라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 1기와 4세대 방사광 가속기 2기를 보유하게 된다.

‘빛 공장’이라고 불리는 방사광 가속기는 원자와 분자 수준에 이르는 미세한 물질 구조를 규명할 수 있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사진은 포항시에 위치한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내부 모습./ 포항가속기연구소

◇ 충북도, 막대한 지역경제효과 기대… “대한민국 대표 과학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

이번에 지자체 간 방사광 가속기 유치전이 매우 치열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방사광 가속기가 유치된 지역에 나타날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방사광 가속기가 유치되는 지역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소재, 바이오·제약 기업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들어설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실제로 이번에 방사광 가속기 유치에 성공한 청주시에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할 것 전망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하는 지역에서는 6조7,000억원과 생산 유발효과,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약 13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도 역시 방사광 가속기를 통한 지역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번 방사광 가속기 구축으로 충북의 주력 산업인 바이오, 태양광, 반도체, 이차전지 등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이번 방사광 가속기 구축 부지로 선정된 오창 지역은 다양한 연구시설과 기업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충북도는 바이오벨트의 완성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메카로의 부상, 미래 자동차 소재·부품 산업 기반 강화 등 충청권 핵심 산업을 연계한 미래성장벨트를 구축해 충청권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과기정통부와 충북도, 청주시는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지원 조건과 사업 추진 방향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마련해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차질 없이 사업이 추진될 시 오는 2022년 이전에 구축에 착수하고 2028년부터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정병선 제1차관은 “선정된 부지와 지원내용을 반영하여 사업기획을 완료하고 5월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차질 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은 미래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적극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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