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1.01% 매각 후 4월 20일 1.04% 연이어 매각
4월 20일, 대한항공 유상증자 가능성 보도 쏟아져
NPS “구체적 사유 밝히기 힘들어… 주가 요동 방지 차원”

/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대한항공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국민연금공단 사옥. / 국민연금공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타를 맞은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항공 주식을 연이어 처분하는 움직임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대한항공 지분을 각각 1% 가량 팔았다. 한 달 새, 보유하고 있던 대한항공 지분 10.99% 중 2%p 이상을 처분한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특별관계자인 국민연금기금이 지난 3월 31일 대한항공 주식 95만1,305주(1.01%)를 장내 매도했다고 4월 3일 공시했다. 당시 매도한 주식은 3월 31일 종가(1만8,700원) 기준으로 약 178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20일 국민연금기금은 보유하고 있던 대한항공 주식 중 일부인 99만3,547주(1.04%)를 재차 장내 매도했다. 관련 내용은 지난 7일 공시했다. 지난 4월 매도한 대한항공 주식은 당시 종가(1만9,550원) 기준으로 194억원 이상이다.

당시 대한항공 주가는 장중 2만1,0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시가 2만1,400원 대비 1,350원 내린 1만9,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지난 3월 2만원대 중반에서 급락을 거듭하다 4월 중순 잠시 2만1,000원대까지 오른 틈을 타 매각함으로써 손실을 최소화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의 이러한 움직임은 대한항공 자구책의 일환으로 거론되는 유상증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연금기금이 대한항공 지분을 일부 매각한 지난달 20일 ‘대한항공 1조원대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다.

유상증자란 회사가 기존에 발행된 주식 외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면서 한 주당 특정 금액에 시장에 내놓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금융권을 통한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는 이점이 있지만 유상증자를 단행할 시 회사의 발행 주식이 늘어나 기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도 상존한다. 돈을 새로 찍어내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지난달까지 대한항공 주식 194만6,652주(2.05%)를 처분한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대한항공 지분을 8.94%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이 연이어 대한항공 주식을 일부 매도한 것에 대해 코로나19로 국내 항공업계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에 국제선 92%, 국내선 57%의 매출 감소가 있었는데 4월부터 매출 타격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선 여객 운항 중단 영향으로 실적 악화추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성수기인 3분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국내 항공사들은 (학생들의) 개학연기에 따른 방학일수 감소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2분기 이후에도 실적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수요 회복이 어려운 탓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항공사들의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3년이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데이비드 칼훈 CEO는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항공 수요가 회복하려면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고 이후에도 여객 시장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대한항공 지분 매각 배경에 말을 아끼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개별 종목 매수 또는 매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가 어려운 게 공단의 입장”이라며 “특정 사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시 주가가 요동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 분석 자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1분기보다 2분기가 더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민연금공단 측도 항공업계 수요 회복이 내년 말쯤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전망이 밝지 않은 항공주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항공 지분 일부를 매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직까지 유상증자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유상증자 여부에 대한 공시는 오는 19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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