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인도 현지 생산법인 LG폴리머스인디아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로 심란한 상황에 놓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심란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 7일 인도에 위치한 LG화학 계열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가스 누출사고가 일어나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해서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 LG화학은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신 부회장 지휘 아래 LG화학은 사고 원인 파악 및 대응에 나섰다.  

◇ 인도 공장서 가스 누출 사고로 인명 피해 속출  

인도 NDTV 등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7일 오전(현지시간) 3시경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샤카파트남에 있는 ‘LG폴리머스 인디아’ 공장에서 가스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이날 오후까지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의 주민이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입원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 정부는 이날 공장 인근 주민 1만여 명을 대피시켰다. 인근 주민 상당수가 눈 따가움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선 공장 인근에 있던 사람들과 동물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입원했던 주민들 상당수는 퇴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중태에 빠져 있는 이들도 있어 추가 인명 피해 우려가 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LG폴리머스 인디아는 인도 최대 폴리스타이렌 수지 제조업체인 힌두스탄 폴리머를 LG화학이 1996년 인수한 뒤 사명을 바꾼 회사다. 현지 경찰은 해당 공장 탱크 2곳에 보관된 화학물질인 스타이렌 모노머(SM)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스타이렌은 폴리스타이렌 등 화학제품의 원료다. 고농도 스타이렌에 노출되면 호흡곤란, 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진다. 

이 공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봉쇄령을 내리자 3월 말까지 폐쇄됐다가 이번 주 초부터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지 경찰은 탱크에 가스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재가동을 준비하다가 문제가 생겨 유독가스가 누출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경찰은 독성물질 관리 소홀 등의 혐의로 LG폴리머스 관계자들을 입건한 것으로 알려진다. 

LG화학 측은 사고 피해 현황 및 사고 원인 파악에 돌입한 상태다. LG화학은 7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현지 마을 주민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주민들과 임직원의 보호를 위해 최대한 필요한 조치를 관계 기관과 함께 취하고 있다”며 “공장의 가스 누출은 현재 통제된 상태이며 누출된 가스는 흡입으로 인해 구토 및 어지럼증 증세를 유발할 수 있어 관련 치료가 신속하게 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피해 현황과 사망 원인,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며 추후 정확한 내용이 확보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7일(현지시간) 인도 비샤카파트남에 위치한 ‘LG폴리머스 인디아’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지 주민들이 피해를 본 한 여성을 급히 옮기고 있다. /뉴시스·AP

LG화학은 사고 수습을 위해 신학철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인도 현지에선 정선기 LG폴리머스 인도법인장을 중심으로 사고 경위 파악 및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신 부회장 등 경영진이나 본사 인력이 현지로 가 사고를 수습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내려져 있어 이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화학 측은 “우선 현지 법인장을 중심으로 사고 대응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 뉴 비전 선포식 날 터진 대형 악재… 경영진, 사고 수습 총력  

예상치 못한 대형 가스누출 사고에 LG화학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분위기다. 특히 사고가 터진 날은 공교롭게도 LG화학이 뉴 비전을 발표한 날이었다. 

LG화학은 7일 오전 10시 30분 일산소재 스튜디오에서 신학철 부회장과 각 사업본부 대표 임직원 20여명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 라이브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날 신 부회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새 비전에는 LG화학이 축적한 지식과 기술, 솔루션이라는 ‘과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의 지식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세상에 없던 혁신을 만들고, 고객과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나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신 부회장은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모델을 진화시키고 전혀 다른 분야와 융합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만들어갈 시점”이라며 “이번 새로운 비전 선포는 LG화학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새 비전을 선포한 것은 14년만이었다. 야심차게 새 비전을 준비해 발표했지만 같은 날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LG화학의 주가는 7~8일 이틀간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사고로 신 부회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LG화학을 이끌고 있다. 미국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그는 LG화학이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CEO다. 취임 첫해 실적은 썩 좋지 못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급감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런 가운데 해외 공장에서 안전사고까지 터지면서 신 부회장의 한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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