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 대한 악성댓글 게재가 드러난 남양유업이 거센 후폭풍을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경쟁사에 대한 악성댓글 게재가 드러난 남양유업이 거센 후폭풍을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리점 갑질’ 사건의 개선책이 마련되자마자 경쟁사에 대한 ‘악성댓글’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남양유업이 심상치 않은 후폭풍을 마주하고 있다. 갑질 논란 당시 못지않게 소비자들의 성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모습이다. 오랜 세월 남양유업의 발목을 잡아온 불매운동의 그림자 역시 다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 악성댓글, 소비자도 피해자

남양유업의 충격적인 행태가 또 다시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6일 MBC의 단독보도를 통해서다. 이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 갑질 사건과 관련해 남양유업의 자체 개선안을 최종 확정지은 날이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과의 이익공유 등 전향적인 상생방안을 통해 ‘갑질기업’ 이미지 벗기를 노렸으나, 또 다른 논란에 묻히게 됐다.

남양유업은 경쟁사 매일유업에 대한 비방글과 악성댓글을 온라인상에 게재한 혐의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입건된 이들 중엔 남양유업 및 홍보대행사 직원 뿐 아니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포함됐다.

남양유업이 온라인에 남긴 비방글 및 악성댓글의 내용도 일부 알려졌다. 매일유업에 원유를 납품하는 유기농 목장 인근에 원전이 있어 방사능 누출 영향이 있을 것이란 주장이나 의혹,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동안 경쟁사 매일유업을 괴롭혔던 방사능 논란의 배후에 남양유업이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비방글 및 악성댓글의 피해자는 비단 매일유업만이 아니었다. 다른 의도가 담긴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소비자들 역시 불안에 떨어야 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 소비자들의 우려가 컸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은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유업 제품을 먹였는데, 어느 날 인터넷에서 방사능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보게 됐다”며 “평소 방사능 문제에 많은 신경을 써왔고, 일본산 제품 사용도 자제해왔는데 정작 내 아이에게 먹인 우유가 방사능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내용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직접 매일유업 측에 문의해 답변까지 받았었다”며 “그런 글을 남긴 게 남양유업이란 보도를 보고 무척 화가 났다. 부모들의 마음을 경쟁사 죽이기와 자사 마케팅에 악용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실제 매일유업 제품의 방사능 논란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내며 문의를 하는 과거 게시물은 온라인상에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또한 남양유업에 대한 비판 및 불매운동 움직임이 맘카페를 중심으로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홍원식 회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남양유업 측 입장이 담긴 기사를 링크하며 “직원들은 무슨 죄”냐는 글을 남겼고, 이 글엔 남양유업에 대한 비판 및 불매운동 의사를 밝히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아울러 이름을 바꿨거나 애초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남양유업 계열사 정보를 공유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양유업이 앞서도 두 차례나 경쟁사에 대한 온라인 비방으로 논란에 휩싸인 점 또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뒤 남양유업이 발표한 사과 입장문 역시 가뜩이나 성난 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남양유업은 해당 입장문에서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와 홍보대행사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위치해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꼬리 자르기’이자 또 다시 경쟁사를 비방하며 근거 없는 내용을 언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및 경쟁제품에 대해 소위 ‘댓글작업’을 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며 “하지만 이러한 행태가 적발돼 사과문을 올리면서 또 다시 문제의 내용을 언급한 것은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