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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신경제,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한 서곡
한반도신경제,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한 서곡
  • 최민식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 승인 2020.05.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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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동아시아신경제이니셔티브 이사장
최민식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동아시아신경제이니셔티브 이사장)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는 붉은색으로 당색을 변경하고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한국형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보수는 부패해도 유능하고 진보는 늘상 분열하고 무능하다’는 진보무능론은 더욱 활개쳤다. 당시 한국경제는 위기였다. 위기의 국제적 원인은 장기 저성장을 강제하는 ‘뉴노멀’ 시대라는 것이고 ,위기의 국내적 원인은, 시대에 뒤쳐진 박정희 패러다임이었다. 그럼에도 보수가 변신에 능통했다면, 민주진보진영은 변화에 둔감했다. 실제로 그간 민주당의 경제정책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기의 정책을 ‘방어’하고(신자유주의 도입 합리화), 선명성과 현실성 간에서 ‘갈등’하며(반재벌주의 vs 실용주의), 낡은 정책(성장을 도외시한 재분배우선주의)을 ‘재생’하는 데에 머무르고 말았다.

경제노선에서 경제민주화론을 유지하되 진보의 성장론을 개척해야 했다. 경제민주화와 혁신성장이 융합된 포용성장론이 해답이었다. 통일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수의 흡수통일론이나 북한붕괴론이 비현실적이었다면, 진보의 햇볕정책은 냉전질서를 상수로 전제한 위에서, 화해협력을 거쳐서 통일에 이르는 과도적 정책이란 한계에 머물렀다. 북한의 핵무력이 고도화되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시스템이 있는 현 상황에서, 햇볕정책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뛰어넘는 유능한 진보 버전이 필요했다.

냉전체제 하에서 한반도 정세에 좌우될 수 있는 불안정한 남북협력이 아닌, 한반도의 냉전질서를 해체하고 남북이 함께 경영하는 안정적인 경제통일의 길은 무엇인가. 과거의 당위적 민족통일론이나 과도기적 평화론에 머물지 말고, ‘경제를 위한 평화’라는 관점을 명확히 세워야 했다. 새로운 관점은 주효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북한을 바라보자는 것, 기존의 제한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아니라 남북 경제산업전략의 조화를 통한 도약적 번영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 신경제론의 핵심적인 관점이었다. 문재인 대표는 2015년 8.15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신경제지도를 펼쳤고, 경제통일론을 집권이념으로 제시했으며, 집권후에는 한반도평화경제론을, 2018년 8.15 경축사에서는 동아시아경제공동체론을 제시했다.

과거 대한민국의 국가목표는, 미국주도 냉전체제 하 동아시아 반공의 보루 역할과 경제적으로는 국제 분업체제 하에서의 고속성장이었다. 소위 박정희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그 전략이 이제는 들어맞지 않는다. 수출대기업 중심 불균형 성장의 끝에는 전사회적 양극화가 있었고,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청년실업, 무엇보다도 혁신이 어려운 풍토에서 더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절벽에 이르렀다. 낡은 패러다임은 폐기되어야 한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기존의 국가전략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신국가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미국 주도의 냉전질서와 신자유주의 질서가 강요한,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대한민국의 기존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남북이 총과 핵무기를 겨누고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도 없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수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포섭노선이었다면, 4.27은 남과 북 국가와 국가간 연합노선이다. 나아가 6.12는 북한 핵폐기와 체제안전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를 내용으로 했다. 냉전 분단질서는 낡았고 얄타체제는 비현실적이다.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전략도 낭비적이다. 낡은 체제로부터 탈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다. 경제는 근본적이다.

4.27 2주년을 맞이하여 문재인 대통령께서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제창했다. 남북 보건협력 재해협력 등을 통해 한반도가 21세기형 생명안보 선진국가로 거듭나자는 제안이다. 동시에 동해북부선 연결이 본격화되었다. 동해선은 남북 철도연결에 이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에 맞닿아 있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에 대한 비전과 함께 동아시아의 새로운 안보질서, 곧 새로운 세계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질서는 전쟁과 수탈의 질서가 아니라 평화와 공영의 질서다. 한반도신경제,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한 서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