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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가 유증 또는 CB 발행으로 회사 운영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일부 제약업계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회사 규모를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원활한 회사 운영에 급전이 필요한 회사도 포착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4월초부터 현재까지 △GC녹십자헬스케어 △동아메디케어 △보령제약 △명문제약 △유유제약 △메디포럼제약 △에이프로젠제약 등 적지 않은 제약사들이 유상증자나 CB 발행을 하고 있다.

◇ 녹십자·동아쏘시오, 자회사 사업 확장에 자금 지원

GC녹십자헬스케어는 녹십자그룹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자회사로 헬스케어서비스 부문을 전담하고 있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지난 2월 의료정보시스템 운영 업체 ‘유비케어’ 인수계획을 발표하고 2,088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비케어 인수 자금은 녹십자헬스케어가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모자란 비용은 외부 차입을 통해 충당해 마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유상증자결정’ 보고서를 공시했다. 유증 규모는 보통주 1,235만9,250주로, 신주발행 목적에 대해서는 (주)유비케어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임을 확실히 했다. 신주발행은 3자배정 유증을 통해 이뤄졌으며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가 녹십자헬스케어의 지분 1,235만9,250주(자기자본 대비 5.23%)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약 789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7일 추가로 800억원을 녹십자헬스케어에 3.28% 이율로 대여해 총 1,589억원 규모를 지원했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이 자금과 추가로 5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더해 2,088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 유비케어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녹십자헬스케어는 유비케어 지분 52.65%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녹십자헬스케어의 유비케어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신고를 승인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전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애널리틱스’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유비케어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지분 100%를 보유한 동아메디케어에 자금을 지원했다. 동아메디케어는 지난달 중순 2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유증 주식 44만주를 주당 5,000원(액면가액)에 취득했다.

동아메디케어는 지난 2017년 12월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자본금 1억원(발행 주식수 2만주)으로 설립했으며, 2018년 1월 ‘참메드’ 지분 70%를 인수했다. 여기에 이번 유증으로 확보한 22억원으로 참메드 지분 20%를 추가로 확보해 ‘동아쏘시오홀딩스-동아메디케어-참메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더욱 견고히 했다. 참메드는 이비인후과 의료기기 분야 강소기업으로, 이비인후과 진료대와 내시경 등 주력 제품을 통해 이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보령제약·명문제약, 유동성 관리 목적 유증·CB 발행

보령제약도 지난 11일 보령홀딩스 측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보령제약의 유상증자 규모는 342만주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1,700원으로 총 400억원 규모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무상증자를 진행하다 올해 1993년 이후 27년 만에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최근 사업 확장 등으로 자금 소요, 시장성 조달을 통한 유동성 관리에 이용된다. 이와 함께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접금융시장을 활용한 자금 조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제약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3년간 카나브 브랜드 확장,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바이젠셀 지분투자, 예산 신공장 설립 등 전방위 투자 등으로 자금 소요가 커지면서 2017년 164억원 수준이던 현금성자산이 2019년 45억원으로 감소한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명문제약은 지난 4월 7일 708만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주당 0.2313903475주를 배정하고 우리사주조합원 우선배정비율은 20%다.

신주 예정발행가는 4,240원으로 총 규모는 약 300억원이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의 1순위 사용처는 ‘차입금 상환’이며 이 외 운영자금, 시설자금 등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명문제약은 당초 해당 자금을 채무상환자금 166억원과 운영자금 84억원, 시설자금 50억원 등으로 이용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7일 공시했었으나, 같은달 23일 운영자금을 84억원에서 49억원으로 축소하고 채무상환자금을 201억원으로 확대해 공시를 정정했다.

‘35억원 변동’은 지난 4월 24일 발행한 35억원 규모 ‘제19회 사모사채(브릿지론)’ 때문이다. 브릿지론은 자금이 급히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도입되는 자금으로 두 달 내 상환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브릿지론을 통해 35억원을 빌린 이유는 자금 순환이 녹록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명문제약은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6월 26일 300억원이 들어오는데, 이때 해당 금액을 바로 상환할 예정이다. 때문에 유증 자금 활용 목적을 수정 공시하게 됐다.

이 외에도 유유제약이 표면이자율 및 만기이자율 제로(0.0%) 금리로 1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기업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위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해당 비용은 시설투자 및 R&D 등 각종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전환사채 발행은 유진투자증권이 주관했으며 만기일은 2025년 4월 24일, 전환가액은 주당 1만1,700원이다.

메디포럼제약도 유상증자와 CB를 발행해 회사 운영자금 확보에 나섰다. 유증은 제3자 배정증자 방식으로 보통주 19만7,605주, 9억9,000만원 규모다. 신주 상장은 5월 22일로 예정돼 있다. CB는 200억원 규모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1%로 사채 만기일은 2023년 6월 29일이며,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한양증권을 대상으로 각각 100억원씩 발행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약업계가 코로나19 위기에도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자금력이 되거나 지주사를 통해 수혈을 받는다면 향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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