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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로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과거에 에볼라 출혈열·마버그 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약품으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코로나19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마이란 △시플라 △페로존스 △헤테로랩스 △줄리안 라이프사이언스 등 5개 제약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렘데시비르 복제약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127개국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에서 얻은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환자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3상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 서울의료원 등에서 진행 중이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각광 받고는 있으나 인체 투여 결과 안전성을 확인했을 뿐 효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렘데시비르와 같이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을 이용해 효과가 더 좋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중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은 △셀트리온 △부광약품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 40여개가 있다.

이 중에서도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2상을 신청해 승인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부광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 2곳뿐이다. 임상2상은 상업화가 가능한 허가용 임상으로, 단순 연구목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연구자 임상’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부광약품 본사 전경. / 부광약품
부광약품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에 진입했다. 부광약품 본사 전경. / 부광약품

◇ 부광약품·엔지켐생명과학, 국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장 빠르다

부광약품의 ‘B형 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는 현재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고려대 구로병원,고려대 안산병원, 길병원, 아주대병원, 인하대 병원,충남대 병원 등 8개 대학병원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부광약품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한국인의 검체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에 대해 레보비르가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을 시험관내 시험(in vitro)을 통해 확인했다. 부광약품은 임상2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는 전제 하에 식약처와 협의를 거쳐 바로 코로나19 환자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부광약품 측은 4월 중순 임상2상 승인을 받았다. 임상2상에 소요되는 시간이 약 3∼4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신약개발 업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치료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오는 8월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엔지켐생명과학이 13일 개발 중인 염증치료제(EC-18)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엔지켐생명과학 측은 “식약처가 EC-18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을 초래하는 1위 합병증 ‘사이토카인 폭풍’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잡는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계획을 신속하게 승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급성폐손상, 패혈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Efferocytosis(대식세포에 의한 죽어가는 세포 제거 과정) 작용기전을 포함한 다수의 국제논문과 효능을 입증하는 다양한 실험 데이터가 충분했던 점도 단기간에 임상2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치료제 특허를 출원한 미국에서도 FDA(식품의약품안전국) 임상2상 IND를 서두를 계획이다.

우선 충북대병원을 중심으로 다수의 임상기관과 함께 EC-18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2상을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명환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EC-18은 선천성 면역기능을 조절해 사이토카인 폭풍을 예방함으로써 코로나 19의 사망률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러한 EC-18의 신속한 염증 해소 능력은 급성폐손상이나 복부 패혈증 동물실험에서 각각 그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신풍제약
신풍제약은 자사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승인을 식약처로부터 13일 받았다. / 신풍제약

◇ 신풍제약 ‘임상2상 승인’… 셀트리온, 국내·글로벌 임상에 속도

이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기업으로는 신풍제약과 셀트리온이 있다.

신풍제약은 지난주 자사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목적으로 식약처에 임상2상 시험계획서(IND)을 신청한 상태였으나 13일 오후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다.

신풍제약에 따르면 피라맥스는 감염세포 시험에서 주성분인 피로나리딘 인산염과 알테슈네이트 각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억제 효과를 나타냄을 확인했다.

임상2상이 승인되면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피라맥스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는 피라맥스의 적응증을 기존 말라리아 치료에서 코로나19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허가용 임상인 임상2상을 신청한 부광약품의 경우 신청에서 허가까지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신풍제약은 약 1주 만에 승인이 떨어졌다. 식약처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IND를 우선 검사할 것이라고 방침을 정한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신풍제약의 연구개발(R&D)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풍제약에 따르면 피라맥스의 두 성분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를 시험관내 실험에서 병용한 결과 24시간 후 바이러스 역가 억제율(99% 이상)과 48시간까지 지속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보였다. 또 세포독성이 감소하는 결과도 함께 확인한 바 있다.

임상2상 실시기관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경북대병원, 고대구로병원 총 4곳이다.

피라맥스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피라맥스 전용 공장에서 매일 정제 50만정을 생산할 수 있다. 정제를 기준으로 신풍제약이 연간 피라맥스 최대 공급량은 1억2,000만정이다.

/ 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항체 결합력 시험에 몰두하는 모습. /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올해 7월 국내와 유럽에서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논의 중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국내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능력을 검증해 최종 항체 후보군 38개를 선별하고, 세포주(細胞株·대량 증식해 원하는 항체의약품을 만들어주는 세포) 개발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은 세포주 개발이 완료되면 인체용 임상물질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실험용 쥐 대상 효력시험과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 대상 독성시험을 병행해 실시하기로 했다. 오는 7월 국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임상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전 세계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업체 중 개발 속도에서 가장 앞선 기록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과 관련해 임상 신청이 올라오는 게 있으면 최대한 신속히 검토를 진행하고 승인 또는 보완 요청을 하는 중이다”며 “임상1상 또는 임상2상을 신청했을 시 승인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명확히 답을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렘데시비르 약품의 경우는 FDA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이라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안정성과 효능 부분에서 더 검증을 거치고 있는 단계”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개발 중인 치료제·백신에 대해서도 임상 승인을 내주고는 있지만 렘데시비르와 비교했을 시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 더 뛰어나다 아니다를 판단할 단계는 아니라 향후 진행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3일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21만7,574명, 누적 사망자는 29만1,151명으로 집계됐으며, 매일 수가 늘어나고 있어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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