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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과제 산적한 현대중공업, 또 다시 드리우는 ‘살인기업’ 잔혹사
당면과제 산적한 현대중공업, 또 다시 드리우는 ‘살인기업’ 잔혹사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05.13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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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잇단 산재 사망사고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이 잇단 산재 사망사고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이 당면과제가 산적한 중차대한 시기에 또 다시 잇단 산재 사망사고로 ‘살인기업’ 오명을 쓰고 있다. 갈 길 바쁜 와중에 더욱 거친 험로를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 두 달 새 3명 사망한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에서는 최근 3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2월 22일엔 작업용 발판 구조물을 제작하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추락 사망했다. 이어 지난달 16일 40대 근로자가 유압자동문에 끼어 중상을 입었고, 27일 끝내 숨졌다. 이 사고로 고용노동부의 안전점검이 실시되고 있던 지난달 21일엔 또 다시 대형 출입문에 근로자가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감독에 돌입했다. 이번 특별감독은 평소보다 큰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해 특별감독을 받는 것은 2016년 4월 이후 4년여 만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에서는 일주일 새 3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며, 특별감독을 통해 253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사측의 부실한 안전대책 및 사후대처를 지적하며 강도 높은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13일에도 세종시에 위치한 고용노동부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사업주 구속수사 등을 촉구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도 성명을 통해 ”현대중공업에서 올해 발생한 중대재해의 원인은 다단계 하청 구조와 물량팀 노동자 사용, 무리한 공기 단축, 2인 1조 작업을 무시한 1인 작업,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이런 방법을 동원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잇단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은 또 다시 대대적인 안전대책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잇단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은 또 다시 대대적인 안전대책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 무색해진 안전경영, 2016년 비극 재현

이처럼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고강도 안전대책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모든 작업자가 적확한 안전지침에 따를 수 있도록 표준작업지도서를 전면 재개정하고, 오는 8월까지 ‘전사 안전개선활동(Hi-SAFE)’을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전사 안전개선활동’은 현장 생산부서가 중심이 돼 고위험 요인 및 개선사항을 직접 건의하면, 사측이 즉각 개선에 착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 체제임에도 임직원 건강 및 안전을 위한 투자는 더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양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데 그 어떤 타협과 방심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발생한 잇단 산재 사망사고는 현대중공업의 안전문제가 여전히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한해에만 무려 11명이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이듬해 노동계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됐다. 2016년 이전에도 특별감독을 통해 2년 간 총 1,106건을 지적받았지만, 잔혹사는 멈추지 않았다.

당시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현대중공업은 안전 최우선 경영방침을 선포하고 대표이사 직속 안전경영실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고를 비롯해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사망 재해·산재 은폐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기업’ 명단에서도 가장 많은 4명의 산재 사망자를 발생시킨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고는 이례적이거나 특별한 유형이 아니었다. 별다른 외부요인도 없었다. 기본적인 안전관리만 이뤄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 반복되는 “안전 최우선” 헛구호

또 다시 ‘살인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현대중공업은 가뜩이나 갈 길 바쁜 와중에 더욱 험난한 험로를 마주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그룹 차원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중차대한 현안 속에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전반에 화두로 떠오른 ‘갑질 논란’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미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고, 기술 탈취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최우선’이라고 강조해왔던 안전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현대중공업의 무거운 당면과제를 하나 더 떠안게 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그 어떠한 타협과 방심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한양석 사장의 외침도 공허한 메시지에 그치고 있다. 이제는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역시 현대중공업 수장 시절 줄곧 안전을 강조해왔으며, 신년사를 통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산재 사망사고와 안전대책 및 수장의 안전 강조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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