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 종료를 앞둔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의 SM면세점 서울점이 썰렁하다. /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 종료를 앞둔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의 SM면세점 서울점이 썰렁하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견 면세업체들의 숙원이었던 담배 판매가 허용됐지만 업계엔 냉랭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사기로에 놓인 면세업계 앞에서 ‘면세의 앙꼬’인 담배도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 입국장 면세점, 1년 만에 허용된 담배 판매

코로나19로 초상집 분위기에 휩싸인 면세업계에 한 가닥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12일부터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가 시작됐다.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를 팔 수 있기까지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5월 장장 15년이나 묵혀있던 면세업계의 해묵은 과제인 입국장 면세점이 국내에 도입됐지만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입국장 혼잡도 심화와 세관 및 검역 기능 약화 등을 이유로 정부가 고객 유입 효과가 큰 담배를 취급 품목에서 제외하면서 입국장 면세점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기존 방침을 고수하던 정부는 업계와 공항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받아 들여 올해 3월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입국장 면세점에서의 담배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때늦은 완화책이라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공항 이용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국장과 달리 1인당 구매 한도가 1보루로 정해져 있고, 취급 가능 품목도 일부 인기 국산 담배에 한정돼 있어 매출 증대에 크게 도움이 되긴 힘들 걸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고객 수요에 따라 외산 담배 등으로 품목을 늘려나간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견면세 업체들은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것과 다름없다. 인천국제공항 T1 입국장 면세점 운영권을 갖고 있는 SM면세점은 현재 서편에서만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히게 되면서 지난달 1일부터 동편 매장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여객 수요가 작년 대비 60% 수준으로 회복되면 재개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상 운영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서편 매장의 경우 하루 매출이 1,000달러(약 120만원)에 불과할 만큼 이용객이 적다.

◇ 서울점에서 T1 출국장까지… 반토막 난 영업점

SM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매출이 상승해 오던 와중에 올해 2월 코로나19가 터져 담배 판매 호재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입국장 면세점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게 된 셈”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제는 입국장 뿐만이 아니다. 중견으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정부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항 임대료 감면 대상이 중소업체에만 한정되면서 핵심 영업점인 인천공항 T1(DF8 구역) 출국장 운영을 포기하기로 했다. SM면세점이 사업장 입찰에 불참한 후에야 대기업과 중견 사업자에게도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20% 감면해 주는 쪽으로 돌아섰다.

오는 15일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빅3’(롯데‧신라‧신세계)와 간담회를 갖고 면세점 임대료 추가 인하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도 SM과 엔타스는 초대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 2015년 14대 1의 경쟁을 뚫고 어렵게 진출한 시내면세점에서도 손을 뗐다. 코로나19를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에 자리한 서울점의 문을 닫았다.

오는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인천공장 T1 출국장 영업점 운영이 종료되면 SM면세점은 T2 출국장과 T1 입국장 동서편 지점만 남게 된다. 2014년 회사 설립 이래 영업손실을 이어온 SM면세점의 경영이 안정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지체될 전망이다. 실제 수 일 내로 공시될 SM면세점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1월 실적이 선방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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