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코로나19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공개되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이 코로나19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공개되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비롯해 질병의 확산 양상 및 대응 관련 정보를 세세하게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정보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5일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23개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이 세세히 공개됨에 따라 개인의 신상이 노출되고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필요 이상의 정보 공개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긴급한 공공보건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프라이버시권이 일정정도 제한될 수 있겠지만, 과도한 제한으로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동선 공개 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마련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대로 된 근거나 기준 없이 지자체별로 경쟁적인 동선 공개가 이뤄지면서 확진자 신상과 동선이 지나치게 세세하게 노출돼 특정 확진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추측, 혐오발언 등이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동선이 공개되는 게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중대본은 지난 3월 14일 정보공개 안내문을 마련해 접촉자가 있을 때만 방문 장소와 이동수단을 공개하도록 하고, 확진자의 거주지 주소나 직장명 등 개인 특정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지자체별 해석에 따라 동선이 모두 공개되는 경우가 있으며, 중대본 역시 확진자별 동선 공개를 전제하고 있어 신상 노출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확진자별로 구분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만을 묶어서 데이터화해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이들 단체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특정 확진자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며 “물론 이 경우에도 지자체별로 공개한다면 확진자 수가 적어 개인 식별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니 개인 식별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개별 지자체별로 공개하는 것보다 본부 차원에서 모아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동선 공개의 목적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방역이 이루어졌음에도 동선에 포함된 공간이 여전히 오염구역으로 인식되고 있어 식당이나 상점 피해가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가 동선 공개의 목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확진자의 방문 장소 공개는 국민들에게 해당 장소를 방문하지 말라는 데 있지 않다. 혹시라도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동선 공개의 목적과 함의를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해당 사업장이나 확진자에 대한 기피나 차별 등 부당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최근 통신사, 신용카드사, 경찰이 연계해 개발한 동선 파악 시스템은 사용목적이 다하면 데이터와 함께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비상사태를 맞이한 지금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공백이 많다며, 정보주체의 권리가 어디까지 보호되고 어떤 조건에서 제한되는지 개인정보 보호법 및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률에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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