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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답보 ‘원격의료’, 코로나가 물꼬 트나
20년 답보 ‘원격의료’, 코로나가 물꼬 트나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0.05.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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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시스템 도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민주당 당선자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최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14일 브리핑에서 “기획재정부는 비대면 의료(원격의료)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shutterstoc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는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 논란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정보통신(ICT)기술 중심의 ‘언택트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해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것인데,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첨예하다. 

정부는 원격의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듯 하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과거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최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14일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획재정부는 비대면 의료(원격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극단적 투쟁까지 예고한 상태다. 더욱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당정청이 협의한 적 없다고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의견을 좁히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20년간 논쟁되는 ‘원격의료’… 찬성 측, 접근성·감염위험 감소 등 주장
 
사실 원격의료 시스템 논쟁은 오래전부터 지속된 난제다. 역대 정부들은 20년 넘게 원격의료 시스템의 현장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해 왔으나 의료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번번이 실패했다.

실제로 2000년 김대중 정부는 ‘지식정보화 사회 구현을 위한 규제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원격진료 도입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도 ‘고령화 사회 대비 및 신 소프트웨어(SW)시장 육성 방안’으로 원격진료를 추진했으나 의료계와 당시 야당 측 반발로 무산됐다. 

2010년 이명박정부도 도서지역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2013년 박근혜정부도 정부도 원격의료 허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014년 3월 당시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원격의료 및 의료투자 활성화 대책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돌입하면서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상정하지 못했고,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처럼 오랜 기간 실패를 거듭해왔던 원격의료 시스템의 현장 도입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다. 자가 격리 상태의 환자를 신속히 진료할 수 있고, 의료진의 감염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3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전화 진료 등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원격의료 도입 찬성 측은 환자들은 직접 의사를 만나러 멀리 갈 필요가 없고, 아픈 즉시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과 의료진 감염 위협 감소 등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국제2 생활치료센터와 관련해 원격화상시스템을 사용한 의료진 진료 모습./ 뉴시스

원격의료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외딴 지역이나 병원과의 거리가 먼 원거리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이유로 든다. 원격의료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환자들은 직접 의사를 만나러 멀리 갈 필요가 없고, 아픈 즉시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진들은 항상 전염병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원격의료를 도입할 시 감염 위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는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을 위해 필수적인 ICT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대표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각 대형병원들과 손을 잡고 5G통신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의료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을 위한 인프라는 충분한 셈이다.

◇ 진료정확성 떨어지는 등 한계 명확… 의협 “원격의료 결사반대”

그러나 의료계 전문가들은 원격의료의 현장 도입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먼저 원격의료는 대면 진료에 비해 의사와 환자 간 상호 소통이 부족해 진료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환부를 실제로 관찰하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크다. 또한 환부를 만져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 등 추가 임상 정보를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원격진료 과정에서 위염 등 비교적 사소한 질병으로 진단했으나, 실제로는 위암인 경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의료계에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네 병원 등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 경증환자들도 대형병원을 찾는 성향이 크다. 때문에 원격의료가 도입될 시 대형병원 측 원격의료 시스템에만 환자들이 몰리게 되고, 동네 병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의료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원격의료 도입을 결사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혼란기를 틈타 원격의료를 강행한다면 의협은 '극단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기자회견 중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뉴시스

원격의료 도입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의협은 정부와 정치권의 졸속적인 원격의료 도입 정책 추진을 결사 반대한다”며 “코로나19라는 현재진행형의 국가적 재난을 악용한 정부의 행위를 ‘사상 초유의 보건의료위기의 정략적 악용’으로 규정하며 13만 의사의 이름으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정부가 비대면 산업 육성을 내세워 추진 중인 원격의료는 이미 2014년 당시 박근혜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없이 일방추진 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전력이 있다”며 “도대체 2014년과 지금은 정권이 바뀐 것 이외에 원격의료의 수많은 문제점 가운데 단 하나라도 해결되거나 바뀐 것이 무엇이 있는가, 당시 원격의료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던 여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당시 야당이던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측은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로서의 한계가 명확해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 소지가 불명확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원격의료는 ‘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률 평가 사이트 ‘문재인 미터’에 따르면 현재 해당 공약은 파기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박근혜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정책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정책에 ‘포스트 코로나19’라는 상표 하나를 덧붙여 국민의 이목을 속이려 한다”며 “정작 당사자인 의료계를 ‘패싱’하고 기획재정부와 산업계를 내세워 ‘산업 육성’ ‘고용 창출’을 논하기 전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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